가까이 위치해서 먼 곳의 이야기를 하자
뭔가 열심히 하는/한 것 같지만 이상하게 성과가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중간에서 이정도 했으면 됐지, 나 보고 뭘 더 어쩌라는건가' 싶은.. 하지만 같은 상황 하에서 결과물을 내놓는 사람도 있죠.
이 글에서 저는 (업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일상에도 적용 가능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무언가를 되게 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되게'라고 해서 속된 말로 일 '엄청' 한다는 것은 아니.. 주어진 일을 성사 시키는 사람, 그렇게 되기 위한 조건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우리는 어느 상황에서든지 무엇의 양 쪽 사이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회사원이라면 회사와 가정 사이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고요, 더 깊게는 상사와 부하 직원 사이에 / 기획자는 영업 부서와 개발 부서 사이에 / 세일즈는 클라이언트의 입장과 회사 입장 사이에 / 개발자는 본인이 담당하고 있는 시스템과 기획 부서 사이에 / 경영진은 회사 내부와 고객(혹은 투자사) 사이에서 놓여 있는 셈입니다.
말했듯이 이 관계는 회사에 국한되어 적용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하다못해 심부름 중에는 부모님의 니즈와 그 일? 사이에 있는 것이죠. 일의 시작에 앞서 그 관계성과 구조를 우선 염두해두어야 겠습니다.
그 구조를 인지 하면서 회의(혹은 대화) 간 해야 할 역할은, 그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반대쪽 입장을 대변하는 것입니다. 매번 모든 관련자가 모여 일을 함께 하거나 회의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 일종의 정반합의 구조와 본인의 역할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이어야 각 회의와 대화를 무언가가 정해지는 순간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회의는 더 나은 선택지를 고르기 위한 자리이지,
옳고, 그름의 둘 중에 맞는 답을 밝혀내려는 자리가 아닙니다. 그러려면 취해야 할 더 나은 장점, 혹은 피해야 하는 더 나쁜 단점을 알아야 하며 / 또 그러려면 지금 대변하고 있는 입장의 니즈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당시의 대화가 격렬했을수록 그 결과물을 가지고 대화에 참석하지 않았던 반대편과 합의를 이루는 과정은 훨씬 더 수월해집니다. 치열하게 협의된 사항을 가지고 디테일한 부분만 논의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때는 또 치열하게 대화를 나눴던 입장을 대변하면서 지금의 대화에 임하면 됩니다. 그래야 일이 진도가 나갈 수 있고, 그런 사람이 일을 되게 하는 사람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양 측의 전달자의 역할에 머물게 될 뿐이며, 이는 참 쉽습니다. 가운데 위치했어야 할 사람이 오히려 뒤에 서있는 역할은 더욱 쉬운 일입니다. '(담당자에게) 전달은 했는데 안 해주고 있다', '어렵다더라/힘들다더라' 등은 본인이 중간 자리에 위치하면서도 한 일은 없음을 스스로 인증할 뿐입니다.
단순히 양 쪽 가운데에 협의점을 이끌어내는 것이 업무의 전부는 아닙니다.
그렇게 양 쪽의 니즈를 잘 알고 있는 가운데 본인의 의지?까지 넣어야 그 일은 방향성을 갖게 되고, 한 단계 높은 합의의 단계에 오를 수 있습니다. 이런 방식에서 본인에게 주어진 권한의 한계는 부수적인 문제가 돼 버립니다. 양 측의 니즈를 모두 알고 임하는 당신이 그 일의 최고 전문가인 셈이며, 그 상황 하에서 다른 입장들은 설득의 대상일 뿐입니다.
본인/상대의 역할이 단순한 전달자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 해당 내용에 대한 추가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는지 여부를 보면 쉽게 판별됩니다. 그런 질문에 전해 들은 말은 전달할 뿐이거나, 이건 내 입장이 아니라 답하기 어렵다고 답하는 것은 쉽죠. 다만 각자가 쉽게 일하면 당연하게도 우리가 가는 길은 어려워집니다.
가까이 위치한 사람에게 먼 곳의 이야기를 했을 때, 일은 나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