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승엽 Jun 27. 2018

스타트업과 정부와 규제

#1. 이야기 꺼내기

   아직 성숙기로 접어들지 못한 산업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사업 기회가 창출되곤 한다.폐쇄적으로, 하지만 그 안에서 나름의 룰과 효율을 뽑아내며 운영되어온 산업은 어떤 계기로든 게임 체인저가 등장할 여지가 많다. (상대적으로) 시스템이 자리 잡지 못한 산업에서의 혁신은 남다른 시각으로 경계를 넘나들고, 다른 분야의 전략들을 섞어 도입해보는 식으로 이뤄지는데 (보통은) 스타트업이 그 전선에 위치해있다.



   스타트업이 유독 규제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에는 이러한 배경이 있다. 명확히 정의되는, 규모 큰 산업들은 이미 기존 플레이어(대기업)에 아주 핏하게 설계되어 후발 주자를 허용하지 않는다. 스타트업의 생존을 위해 규제가 개선 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경쟁력 없는) 업체에게 특혜를 달라는 의미는 내포되어 있지 않다. 공정한 경쟁 환경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하다는 당위성을 피력한다는 설명이 맞다.



   헌데 정부가 취하는 입장이나 추진 의지를 보면, 계속해서 암울한 예상을 하게 된다. 정부가 대체로 스타트업에 우호적이라는 것은 (과격하게 이야기하자면) 무의미하다. 쟁점마다 결정적인 상황에 결론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폰의 혁신이 없었다면 우리는 여전히 통신사, 제조사에 통화료, 문자비 내고 있었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처럼, 이런 식의 접근은 국내 산업을 점점 글로벌 트랜드에서 멀어지게 하고, 경쟁력을 잃게 만든다. 갈라파고스화 하는 정책이 달리 있는 것인가 싶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정부와 기관들은 기존 업계를 토론의 장으로 이끌어내는 것조차 리드 못하고, 투자의 본질에서 벗어나 RCPS를 당연시하고, (칭찬 받을 업적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지적 당하지 않은 걸 최우선하고 있다. 뭐 그래도 일단 들어줄 분위기가 형성되었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우리 역시 '규제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처음부터 그랬다. 처음에는 그래야 시작이라도 할 수 있으니까, 얼마 전까지는 그래야 스케일업 되니까 이슈들을 풀어왔다. 여지껏 풀리지 않은 이슈도 있고, 새롭게 등장한 이슈도 있다. 우리의 보이스가 (여타 언론에서 다루는 스타트업의 규제 개선 요청과)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면, 우리는 (무조건적인 철폐가 아닌) 오히려 산업의 에코시스템을 잘 규정해달라는/잘 디자인해달라는 요구라는 점이다. 더 정확하게는, 어떠한 에코시스템이 필요한지는 우리가 가장 많이 고민하고/시행하고/감내하고 있으니, 들어보고 차용할 건 차용하고, (차용했다면) 업계 내 더 많은 업체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제도로써 유도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다시 언급하지만) 이는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가 될 수 없다.



이 산업의 현황을 파악하는 것부터 선행되어야,

그 기반에서 필요한 논의들이 공감 있게 이루어지고,

그래야 이 산업에 적확한 법령 내지 정책이 시행되어,

그렇게 비산업 분야가 산업화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스타트업답게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있다. 이런 글을 쓰는 것도 그 일환이며, 정기적으로 상세히 적어보고자 한다. 건설적 논의의 첫 시작점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