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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엽 Dec 27. 2018

스타트업, 정부의 역할

어쩌다 스타트업을 준비 중인 분들에게 주제 넘게 말씀 드릴 자리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꼭 하는 이야기가 있다. 아 이 글에서는 '스타트업'을 단순 '창업'과는 구분하고자 한다. (두 용어만 갖고도 따로 다룰 법한 주제)


스타트업 창업을 결심하시는 분들 중에는 본인이 살아오면서 겪은 불편함을 없애고 싶다든가, 무언가 잘못된 상황을 (본인 뷰의 솔루션으로) 해결하고 싶다는 명확하고 강력한 동기를 가진 분들이 많다. 그래서 더욱 말씀 드리는 부분이,


본인의 역할은 정작 (제일 부딪어 해내고 싶던 founder 본인이겠으나) 그 일에서 멀리 위치하게/해야 된다는 점이다. 대신 그 일을 해낼 수 있는 유능한 사람들을 모으고, 그들의 환경(이를테면 자금, 비전 등)을 만드는 것이 본인의 역할임을 인지하셔야 한다고 말씀 드린다. 왜냐하면 본인 '대부분의 시간'을 본인만 할 수 있는 그 역할 수행에 할애해도 모자르기 때문. 물론 이 때 '대부분의 시간'이라함은 52시간/주 아니고, 400시간/월 정도..  


사실 이 글은 정부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썼기 때문에 위 내용은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서) 하물며 작은 스타트업도 이와 같은데 나라를 경영하는 정부가 특정 문제/상황을 '본인들이 직접한다'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다.


정부의 역할 역시 사업적 환경 조성에 집중되어야 하며, 그 결과로 문제 의식을 가진 사업체가 자연스럽게 등장하여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관련 사례로 정부 주도의 '배달앱'을 만들겠다던 전 미래부 장관 후보자의 언급이나, 실제 10억 들여 만든 서울시 택시앱 '지브로', 운영 중인 서울자전거 '따릉이', '서울pay' 사업 등이 있다. 이런 직접적이고, 1차원적인 접근에서 혁신이나 효율을 기대할 수 없다. 무엇보다 그 비효율이 돌고 돌아 결국 우리의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이 문제다.


일단 '따릉이'만 봐도 삼성, SK 등 각종 대기업들이 (그래도 서울시가 하는 사업이라고) 자전거 몇 천 대씩 혹은 몇 억 씩 후원했더라. 수익 목적의 서비스는 아니나, 그렇다고 공공재도 아니기 때문에 자립 가능한 수준은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기업의 버든은 결국 돌고 돌아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질 뿐이다.


퀄리티와 이코노미 간 절묘한 밸런싱, 검색부터 탈퇴까지의 모든 UX/UI, 데이터 기반의 최적화 등에 얼마나 집중하고 있을까? 난 따릉이 사용자도 아니지만, 짧게 생각해보아도 출퇴근이라는 '시간' 특성, 언덕과 이면도로 같은 '지리' 특성, 한강과 테마파크 같은 '공간' 특성 등이 바이크 재배치, 프로모션 등과 얼마나 치열하게 상호작용되어 돌아가고 있을지 의문이다. 아니 담당자로 하여금 그래야할 동인이 구조상 발현될 수나 있을까 싶다.


홈페이지 하단의 이메일 주소조차 그냥 빈칸 채워넣기로 운영되고 있을 뿐이다.


서비스에 집중하는 조직 구조/문화를 만들어내는 것만으로도 최종 형태랄 것 없이 매순간 변화하고 적응해야만 하는데 (공무원 조직의 강점이 발휘되는 업무 영역도 폭 넓게 존재하나) 적어도 이런 쪽에는 취약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정부만 해줄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주었으면. 원팀-원스피릿-원골이라는 예전 국대 구호가 생각난다. 원롤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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