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고객들이 안 오고 있다는' 메모는 사실일까?
최근에 카페에서 공부하는 ‘카공족’과 카페 사장님과의 분쟁이 있었다는 얘기를 접하고 글을 올렸었다. 카공족의 어려운 사정도 이해는 되지만, 그래도 자영업을 하는 카페 사장님들의 입장을 생각해서 윈-윈 할 수 있는 상생의 방식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대략 세 시간 정도 지나면 재주문을 하거나,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도서관으로 이동하는 방법까지 제안했다. 그 때 내가 생각했던 것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에서 서로 간에 필요한 배려의 윤리였다.
그런데 배려는 서로 주고받아야 의미가 살아날 수 있는 상호적인 것이다. 오랜 앉아있는 손님을 싫어하는 카페는 이해할 수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나이 많다고 면박주는 카페는 곤란하다.
어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아버지가 카페에서 당한 일을 알리는 글이 올라왔다. 인증 사진에 나온 메모지에는 이런 내용이 있었다.
"매장이용 시간이 너무 깁니다. 젊으신 고객님들은 아예 이쪽으로 안 오고 있어요."
"오늘 오전부터 아빠가 매장을 이용하셨는데, 사장님으로부터 이런 쪽지를 받으셨다고 들고 들어오셨습니다"라고 글은 시작되었다. "아버지께 연유를 여쭤보니, 커피 한 잔 사시고 오래 계셨다고 말씀 하시더라구요. 저 상황에 있어 아버지의 문제는 재주문을 하지 않은 것, 혹은 너무 오래 있는 것일 텐데, 갑자기 나이 관련 지적이 왜 있는 건지 의문이 듭니다. 사칙에 고객의 나이에 대한 내용이라도 있는 것인지 ㅎㅎ"
물론 카페에 들어가서 너무 오랜 시간 앉아 있으면서 추가 주문을 하지 않으면 카페 사장님은 싫어할 수 있다. 그러면 손님에게 정중하게 다시 주문해줄 것을 요청하면 되는 일이다. 그런데 이 카페 사장님은 느닷없이 "젊은 고객님들은 아예 이쪽으로 안오고 있다"는 말을 메모지에 적었다. 이 글을 올린 사람은 "저희 아버지의 행동이 문제가 아니라, 아버지의 나이가 문제라는 말로 들립니다"라고 받아들인다. 제3자들이 봐도 그렇게 들리는 것이 사실이다. 이건 나이 많은 손님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대단히 도발적인 언사이다. 그 손님 때문에 장사가 안되고 있다는 식의 얘기 아닌가. 재주문을 안 하고 오래 앉아있는 손님을 향한 불편한 마음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나이 탓을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대체 나이가 무슨 죄인가.
혹시 노인 분들 여럿이 함께 앉아 시끄럽게 만들었다면 그럴 수도 있다. 노인이 되면 청력이 떨어진 영향으로 자기도 모르게 큰 목소리로 대화하는 경우들이 많다. 그런데 글을 올린 이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런 상황도 아니었다.
"아빠가 이 쪽지를 받고 주위 둘러보니 가게 내부에 손님이 많지 않았다고 합니다. 만석인 상황도 아니었다면, 혹시 젊은 분들이 창 밖에서 저희 아버지를 보고 가게에 들어오지조차 않은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건지 궁금합니다."
사실 그건 나도 궁금하다. 이런 얘기를 꺼낸 자식의 요구는 무척 합리적이다.
"대학 건물 앞에 있어서 "젊으신 고객님"만을 대상으로 하는 가게였다면, 노 시니어 존임을 밝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ㅠㅠ 앞으로는 아버지의 연령대는 갈 수 없다고 잘 말씀 드리겠습니다~!"
만약에 카페 사장님이 나이 많은 손님들은 젊은 사람들이 싫어하니 영업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출입문 앞에 공지라도 붙이는게 낫겠다. 멀쩡히 앉아있는 손님더러 당신 근처에 젊은 손님들이 안 오려 한다는 식으로 말하면 모욕도 그런 모욕이 어디있겠는가.
모든 차별이 나쁜 것이지만, 나이에 따른 차별이 얼마나 고약한 것인지는 누구나 나이 들어보면 알게 된다. 사람의 가치는 나이의 숫자에 따라 평가받지 않는다. 나이가 많아졌다는 사실이 그를 차별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될 수도 없다. 나이 많은 사람들 더 신경써주지는 못할 망정, 이렇게 노골적으로 차별적 태도를 드러낸다면 우리 공동체의 미덕은 지켜질 수가 없다. 나이와 세대를 불문하고 카페를 이용할 때는 업소 측의 사정을 배려해주고, 카페 종사자들은 나이와 세대를 가리지 않고 손님을 감사하게 여기는 상호 존중의 문화가 카페 공간에서부터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상호 존중의 태도가 필요한 곳이 어디 카페 뿐이겠냐만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