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레닌그라드' 쉽게 들을 수 없다
지난 4일 저녁 롯데콘서트홀에서 있은 <서울시향 얍 판 츠베덴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7번> 연주회에 다녀왔다. 서울시향 지휘는 얍 판 츠베덴 감독이 맡았고, 첼로 협연자로는 다니엘 뮐러 쇼트가 출연했다. 프로그램은 1부에서는 엘가 첼로협주곡 op.85이었고 2부에서는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였다.
1부에서 다니엘 뮐러 쇼트가 잔잔한 슬픔이 담긴 엘가의 첼로 협주곡을 연주했다. 역시 압권은 2부에서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7번. 1941년 레닌그라드 포위전이 벌어졌을 때 쇼스타코비치가 주민들의 사기를 위해 만들었던 곡이다. 소비에트 당국은 나치와의 전투에서의 승리를 노래한 곡으로 받아들여 프로퍼갠더에 사용했지만, 나치와 함께 스탈린에 대한 저항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담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프로그램 북에 적혀있는 연주 시간이 69분이었다. 일반적인 연주보다 10분 가량 적으니 츠베덴 감독이 얼마나 질주를 할 지 예상이 되었다. 역시 매우 빠른 템포의 연주가 진행되었다. 츠베덴의 질주는 가끔은 곡의 맛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어 관객들의 불만을 사기도 하지만 오늘 ‘레닌그라드’에는 잘 어울렸다. 다만 연주자들이 그 속도를 따라가느라 제법 힘들었을 듯. 그런데 대편성 오케스트라가 잘 따라간다.
전투를 연상하게 하거나 행진곡 풍의 선율이 많이 나오지만 전쟁의 한복판에서 인간의 느낄 수 있는 회상과 상념의 서정들 또한 많이 담겨있다. 서울시향은 그 다양한 색깔들을 훌륭하게 담아냈다. 승리를 향한 격정의 총주로 끝나는 피날레의 장엄함은 서울시향 만세~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다른 연주들도 좋지만, 이렇게 빵빵 터지는 교향곡만의 매력이 좋다. 직관이 아니고서야 어디서 70분 동안 집중해서 이 빵빵 터지는 연주를 들을 수 있을까. 이런 '레닌그라드' 좀처럼 듣기 어려울 것 같다. 서울시향에게 박수.
어제 아침에 ‘레닌그라드’와 쇼스타코비치의 삶을 다룬 <죽은 자들의 도시를 위한 교향곡>을 주문해놓고 다녀왔더니 배송이 되어있다. 전에 도서관에서 빌려 대충 읽었는데, 오늘 ‘레닌그라드’를 제대로 들었으니 다시 읽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