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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창선 Jan 22. 2018

이성에 근거한 합리성의 정치

조지프 히스, 『계몽주의 2.0- 감정의 정치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조지프 히스가 쓴 『계몽주의 2.0- 감정의 정치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이마, 2017)를 읽었다. 내가 쓰려는 다음 책과도 연관성이 있는 내용이라 관심이 가는 책이었다. 저자가 주문하는 것은 ‘가슴’보다 ‘머리’가 더 관여하는 정치다.

조지프 히스는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다수가 믿는 것이 무엇이냐’가 ‘실제로 사실인 것이 무엇이냐’ 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이제 많은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말을) 진실처럼 들리게 하려는 노력조차 내던져 버렸다”고 지적한다. 오늘날의 정치는 이념이나 철학, 진지한 토론이 아닌 엄청난 속도와 과잉 정보, 감정과 정념에 호소하는 메시지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가짜 뉴스나 조작된 정보에 의존하는 정치적 선택을 하게 된다. 그래서 현재의 정치는 우파와 좌파가 아닌 비정상적인 것과 정상적인 것으로 양분되었고 비정상적인 것이 우위를 차지했으며, 유권자의 감정에 호소하여 선거에서 이기는 현실에서 합리적 사고의 자리는 없다. 저자는 이러한 비정상적인 정치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성과 계몽주의의 부흥을 힘주어 말한다.


저자는 점령하라 운동이 티파티에 필적할만한 성공을 전혀 불러오지 못했음을 지적한다. 진보적인 사회 변화는 그 속성상 매우 복잡하고 달성하기가 어려우며 사람들 사이의 타협과 신뢰와 집합행동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타협을 받아들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다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무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므로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것보다 약간 모자란 데서 타협하는 게 더 낫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뿐이다. 이렇게 관점을 바꿔 생각해 보고 자신의 입장을 상대화해 보는 능력은 직관이 가질 수 없는 능력이다. 타협은 언제나 이성적인 통찰을 필요로 하며, 1차적인 충동을 누를 수 있는 사람만이 타협을 존중할 수 있다.” (358쪽)


속도와 효율의 유혹에서 벗어나 이성과 토론을 거친 느린 정치, 개인을 넘어 많은 구성원의 집합행동에 의한 정치가 필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가슴’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고 ‘머리’가 아주 많이 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이 ‘합리성의 정치’이다.


“정치 영역에서 반합리주의는 진보 진영에 진정한 딜레마를 제기한다. 품격 있는 길을 택해서 질 것인가, 저급한 길을 택해서 입지를 약화시킬 것이냐. 더 끔찍한 가능성도 있다. 저급한 길을 택했는데 입지를 약화시킨 것은 물론이고 이기지도 못하는 것이다.” (334쪽)


저자에게 “합리성은 인간의 자유와 자율의 기초”이다. 


“인간 이성의 힘을 과대하게 착각하지는 말아야 하지만 그 대안(직관)을 과대하게 착각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446쪽)


그래서 저자는 1세대 계몽주의를 갱신하고 업그레이드한 ‘계몽주의 2.0’을 주장하는 것이다.


오늘 한국의 정치도 정확한 정보에 근거한 이성적 토론 보다는 감정과 정념의 언어들로 정치를 해나가는 흐름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이는 보수와 진보를 불문하고 공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성에 근거한 합리성의 정치를 주문하는 조지프 히스의 목소리는 그들 사회만의 얘기가 결코 아니다. 다만 이 책에서 아쉬운 것은, “합리성의 정치를 추구하면서도 과연 이길 수 있을 것인가”라는 현실적 딜레마에 대한 질문과 대답의 부족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합리적인 인간들이 이길 수 있는 세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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