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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창선 Jan 27. 2018

거짓말보다 더 나쁜 '개소리'

해리 G. 프랭크퍼트의 『개소리에 대하여』


원제는 <On Bullshit>인데 역자는 ‘헛소리’ 같은 용어 보다 신랄한 ‘개소리’로 번역했다. 저자가 도덕철학자임에 어울리지 않는 비속어라는 생각도 들지 모르지만, 역자는 오히려 비속어의 느낌이 들도록 그리했다고 설명한다. 


저자 프랭크퍼트 교수는 거짓말과 개소리를 구분하며 개소리 현상의 본질을 분석한다. 그에 따르면 개소리는 거짓말보다 더 나쁜 것이다. 거짓말쟁이는 적어도 자신의 말을 진리로 포장하기 위해서도 진리가 무엇인지를 의식하는데, 개소리쟁이는 자기 말이 진리이든 거짓이든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래서 개소리쟁이는 거짓말쟁이와는 달리 진리의 권위를 부정하지도, 그것에 맞서지도 않는다. 개소리쟁이는 진리의 권위에 조금도 신경쓰지 않는다. 이 점 때문에, 개소리는 거짓말보다 훨씬 더 큰 진리의 적이다.


그런데 오늘날 왜 개소리쟁이가 늘어나는 것일까. 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개소리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 있다. 자신이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데도 말하기를 요구받는 경우가 그렇다. 따라서 어떤 주제에 대해 말할 때 말할 기회나 의무들이 화자가 가진 그 주제와 관련된 사실에 대한 지식을 넘어설 때마다 개소리의 생산은 활발해진다. 이 불일치는 공인의 삶에서 일반적이다.”


우리 사회, 특히 정치의 영역에서 ‘개소리’가 난무한다. 내 말이 ‘사람의 소리’가 아니라 ‘개의 소리’라는 얘기를 듣지 않으려면, 내가 아는 것에 대해서만 책임 있게 말 할 것이며, 진리를 두려워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 같다. 도무지 말이 되는 소리들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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