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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창선 Dec 27. 2017

용서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강남순 저 『용서에 대하여』 (동녘, 2017)



우리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고 누구나 실수와 잘못을 하기에,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용서를 해야 한다. 하지만 용서란 무엇인지, 용서의 대상과 조건은 무엇인지 등의 문제는 매우 복잡한 사유와 고민을 필요로 한다. 특히 개인적 피해가 아닌, 역사적 범죄의 가해자들에 대한 용서에 이르면 판단이 복잡해진다. 강남순 교수의 『용서에 대하여』는 이 용서의 문제에 대한 저자의 생각들을 내놓고 있다.


흔히 생각하듯이 상투적으로 “서로 용서하자”는 식의 책은 아니다. 저자는 무조건적 용서를 의미하는 ‘용서의 윤리’, 그리고 조건적 용서를 의미하는 ‘용서의 정치’의 이중적 정언명령을 말한다. 조건적 용서와 무조건적 용서 사이의 딜레마는 둘 사이의 끊임없는 절충을 통해 구체적 현실에서 가능한 ‘조건적 용서’의 심화와 확장이 가능해진다고 저자는 말한다. 어떤 조건 위에서 우리는 가해자를 용서할 수 있는 것인지, 용서의 과정은 많은 고민을 동반한다.


세월호의 책임자들을, 방송장악의 공범자들을, 범죄적 정권의 부역자들을 용서할 수 있는 것인지, 용서의 조건은 무엇인지를 생각하면서 읽었다. 저자 얘기 가운데 공감이 되는 부분을 옮긴다.


아, 이 책의 단점 하나를 말하자면 비슷한 얘기가 너무 반복이 되는 느낌이다. 그래서 독자에 따라서는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렇듯 특정한 정치적 맥락에서 돌연히 용서가 ‘도덕적 덕목’이나 ‘사회 정치적 선’으로 고양되고, 다양한 통로로 피해자들에게 그러한 ‘선’과 ‘덕목’의 실천을 강요하는 주변 분위기를 만들어 간다면, 이는 피해자에 대한 또 다른 폭력일 수 있다. 또한 이것은 인간의 삶에 매우 중요한 용서가 성급하고 무비판적 방식으로 차용됨으로써 용서를 값싸게 만들고 왜곡하는 경우라 볼 수 있다. 데리다는 남아공 같은 곳에서는 사회 정치적 화해를 위해 용서가 ‘극장적 공간’에서 벌어진다고 표현한다. 극장에서 배우들이 연기하듯이 용서를 ‘연기’하는 상황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따라서 집단적 차원에서 용서가 강요되고, 하나의 정치적 퍼포먼스나 정치적 ‘수단’이 되는 것을 비판적 관점에서 조명해야 한다. 용서를 최고의 덕목과 선으로 치켜세우고, 피해자들에게 그 덕목을 행사하라고 요구하는 분위기에서 용서는 낭만화되고 이상화될 위험에 처한다.”(강남순, 163~1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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