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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창선 Dec 24. 2017

위선을 일삼는 지식인에 대한 보고서

고세훈 저 『조지 오웰』을 통해 보는 오웰의 기록들

도서관에 들러 책들을 뒤적이다가 조지 오웰에 관한 좋은 책을 만났다. 번역되지 않은 책이 많아 접근하지 못했던 작가 오웰의 삶과 생각 전반을 알 수 있는 책이다.


오웰의 저술은 고발과 비판의 기록에 가깝다. 저자 고세훈 선생은 “그의 작품은 권력 언저리에서 킁킁대며 안일과 위선과 표변을 일삼는 지식인에 대한 거대한 보고서일지 모른다”라고 말한다. 오웰의 비판의 날이 가장 벼려졌을 때 그것은 대체로 좌파 지식인을 겨누었다. “그는 궁핍과 질병이 주는 삶의 신산함에도 불구하고 승자 진영에 편입되고자 안달하지 않았다”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나는 살아온 인간과 글로 표현된 인간의 모습이 이처럼 일치하는 작가를 결코 만난 적이 없다”는 전기작가 우드 콕의 말이 무척 인상적이다. 오웰에게 중요했던 것은 일관된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일관된 도덕적 힘이었다.

이 책에 나오는 몇 대목을 아래에 인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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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웰은 약 1년 6개월 간 독립노동당에 속했던 것을 제외하면 특정 정당이나 정치운동과는 늘 거리를 두었다. “정서적으로 나는 분명 좌파이지만 작가는 정당 이름에서 자유로울 때만이 정직하게 남을 수 있다고 믿는다.”.......


오웰의 결론은 이랬다. 오늘날 “세계에서 벌어지는 엄청난 불의와 참상” 앞에서 진지하고 책임 있는 작가라면 누구도 정치로부터 철수할 수 없지만, 작가는 자신도 모르게 지녔음직한 정치적 편견 혹은 종교적 차이에 대해 스스로 민감할수록 미적. 지적 정직성의 희생 없이 정치적 발언을 할 수 있는 확률이 더 높아진다. 인간에겐 너무도 명백하여 변경 불가능한 사실들, 그리하여 조만간 직면해야 할 사실들을 무시하는 능력, 곧 진리가 아님을 알면서도 믿으려는 경향이 있다. 마침내 틀렸음이 밝혀졌을 때에도 옳음을 보이기 위해 사실들을 비트는 것이 인간이다....


곰곰이 돌아보며 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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