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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창선 Sep 08. 2023

쿠사마 야요이의 77억원 짜리 호박 옆에 있는 것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하는 ‘키아프 서울’과 영국에 기반을 둔 프리즈(Frieze)의 ‘프리즈 서울’이 지난 6일 동시에 개막되었다. 첫날 코엑스에 가서 두 곳을 일단 관람하고 왔다. 330개 갤러리들이 참여하고 있으니 하루에 관람하는 것은 애당초 무리이다. 나는 VIP 티켓을 갖고 있어서 며칠에 걸쳐서 나눠 관람할 생각이었다. 


첫날 다녀오고 나니 당장 개막일부터 고가의 작품들이 팔렸다는 뉴스가 전해진다. 그 가운데는 우리가 잘 아는 쿠사마 야요이의 ‘붉은 신의 호박’ 회화 작품도 판매되었다는 소식도 있다. 580만달러(약 77억3000만원)에  한국인에게 팔렸다고 한다. 아,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들을 보지 못하고 왔구나, 어디 있었지? 둘째날인 7일 오후에 다시 프리즈 서울을 찾아가서 가장 먼저 그녀의 작품을 보러갔다. 


쿠사마 야요이의 ‘붉은 신의 호박’ (사진=유창선)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들이 있는 갤러리는 데이비드 즈워너(David Zwirner)이다. 나는 사실  77억 여원에 팔렸다고 해서 일반 관람에서 빼버리지는 않았을까 걱정도 하면서 갔는데, 여전히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걸려있었다. 옆에 무슨 경호원이 특별히 지키고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다들 자유롭게 앞에 가서 들여다 보고 사진도 찍으면서 작품을 즐길 수 있었다. 


그런데 데이비드 즈워너에 전시된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작품은 두 개이다. 우선 청동조각 ‘호박’이 있다. 이 작품은 우리가 제주 본태박물관 등에서 자주 보곤 했던 물방울 호박 조각이다. 77억원이 넘는 ‘붉은 신의 호박’는 회화 작품이라서 갤러리 안의 벽에 걸려있다.


쿠사마 야요이 ‘호박(중)’ (사진=유창선)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사랑은 잘 알려져 있다. 그녀가 쓴 글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호박은 애교가 있고

굉장히 야성적이며 유머러스한 분위기가

사람들의 마음을 끝없이 사로잡는다.

나, 호박 너무 좋아

호박은 나에게는

어린시절부터 마음의 고향으로서

무한대의 정신성을 지니고

세계 속 인류들의

평화와 인간찬미에 기여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다.

호박은 나에게는 마음속의

시적인 평화를 가져다준다.

호박은 말을 걸어준다.

호박, 호박, 호박

내 마음의 신성한 모습으로

세계의 전 인류가 살고있는 생에

대한 환희의 근원인 것이다.

호박 때문에 나는 살아내는 것이다."

('나무위키'에서 인용)


쿠사마 야요이 '자화상' (사진=유창선)


데이비드 즈워너는 '세계 4대 갤러리' 가운데 하나다. 그 명성에 걸맞는 다른 작품들도 있다.  미국 MZ 세대 사이에서 인기이고 한국에서도 슈퍼스타급인 캐서린 번하드의 작품들도 볼 수 있다. 그의 회화 작품도

전시가 시작되기 전에 220만달러(약 29억3000만원)가량에 판매되었다고 한다. 캐서린 번하드의 모노타이프 작품들도 있다. 그리고 마마 앤더슨의 회화 작품도 있다.


캐서린 번하드 '박테리아 런' (사진=유창선)


캐서린 번하드 '무제' (사진=유창선)


프리즈 서울에 가서 어느 갤러리부터 관람해야 할까 고민이 되면 데이비드 즈워너부터 찾는 것도 좋을 듯하다. B9에 있다. 추천하고 싶은 갤러리들이 너무 많은데, 다른 글에서 계속하기로 하자. 


키아프와 프리즈는 고가의 미술작품들을 사려는 사람들만을 위한 전시가 아니다.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가볼 만한 더 없는 기회이다.  입장료가 좀 비싸지만 그 값은 충분히 하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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