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가 나에게 주는 것
지인들과 ‘오늘의 감사한 일 다섯 가지 찾기’를 하고 있다.
처음엔 하나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감사하다고 부를 만한 일이 오늘 하루에 과연 있었나, 한참을 되짚으며 머뭇거렸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별 시답잖은 일들까지 감사 목록에 적기 시작했다. 커피가 너무 쓰지 않았던 일, 신호에 한 번도 걸리지 않고 집에 도착한 일, 메시지에 바로 답장이 온 일 같은 것들.
감사가 많아진 건 아니었다. 감사라는 이름으로 하루를 포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괜찮았다고 말하고 싶은 마음, 버텼다고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감사라는 단어 위에 얹혀 있었다. 진짜 감사라기보다는 ‘오늘을 무사히 넘겼다’는 확인에 가까웠다.
그런데 그 포장이 쌓여 갈수록 마음이 아주 조금은 느슨해졌다. 여전히 힘든 일도 있었지만, 그 옆에 작게 숨 쉴 틈이 생겼다. 감사는 거창한 감정이 아니라, 나의 하루를 함부로 버리지 않겠다는 태도에 가까웠다. 그렇게 나는 내 하루에 조용히 경의를 표하고 있었다.
다른 이들의 감사를 읽을 때면 마음이 노곤해지기도 하고 웃음이 나기도 한다. 누군가의 하루가 짧은 문장으로 놓여 있는 것을 바라보다 보면 마음이 순해진다. 별일 아닌 것을 감사라고 적어 내려간 그 마음 앞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 때가 있다. 유치한 단어 몇 개가 감동이 될 때도 있다. 그 감사는 그 사람의 하루를 향한 인사처럼 느껴져서, 읽는 나까지도 고개를 낮추게 만든다.
감사를 누가 먼저 올리나 서로 눈치 보다가, 누군가의 문장에서 힌트를 얻는다. 그 사람이 건넨 하루가 나의 하루에도 조용히 스며든다.
한 달 남짓한 시간 동안 우리는 감사한 일을 찾으며, 서로의 관계와 서로의 인생에 한 발짝씩 다가섰다. 내 감정이 치솟을 때면 힘든 일들만 떠올라 ‘굳이 이걸 해야 하나’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하루의 끝에서 분명해진 건, 이 시간은 감사를 배우는 연습이 아니라, 하루를 정리하고 사람을 다시 바라보는 시간이었다는 것이다.
글쓰기는 운동과 같아서, 매일 한 문장이라도 쓰는 근육을 기르는 게 중요하답니다. 며칠 글을 쓰지 않으면 여지없이 이런 알림이 온다. 게으른 작가에게는 그 알림이 꽤 꿀 같은 잔소리다.
잔소리해 주는 브런치에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