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말은 문장 위에 내려앉고

by 유담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 글쓰기를 시작한 건, 마음에 생긴 생채기를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빨리 낫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부터다.


예전에는 답답한 마음이 차오를 때마다 내 말을 들어줄 한 사람을 찾았다. 돌이켜보면 그런 날들은 그 사람에게도 괴로운 날이었을 것이다. 공감하기 어려운 말에 고개를 끄덕여야 했고, “네가 잘못한 게 아니야”, “그런 행동은 정당해”라는 지지의 말을 건네야 했으니까.


그때의 나는 하소연이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믿었다. 수다는 가볍게 시작했지만, 어느새 나를 정당화하고 상대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쪽으로 기울어지곤 했다. 나의 말은 나에게뿐 아니라 들어준 사람에게도 무거운 돌덩이가 되었다. 위로의 말 뒤에 남는 침묵, 아무렇지 않은 척하던 표정까지 떠올리게 되면서 나는 말 앞에서 멈추기 시작했다.


이제는 하소연할 사람이 없어서도 아니고, 들어주던 사람들이 모두 떠나서도 아니다.

말이 오해를 만들 수 있다는 걸 경험할수록, 나는 그 무게를 더 의식하게 되었다. 방향을 잃은 수다는 나를 주책없는 어른으로 만들 것만 같았다.


생김새와 어울리지 않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다. 말은 삼키고, 글로만 남기기로 했다.
나는 스스로 품격 있는 글쓰기를 선택했다.


쓰는 동안,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던 말들과 이름 없이 떠돌던 감정들이 단어를 얻어 문장 위로 자라났다. 자라난 말들 속에서 나는 위안을 얻는다. 누군가의 마음에 가시처럼 박히지 않아도 되기에, 글은 나에게 가장 안전한 공간이 되었다.


나를 아는 사람들 중에서, 내 글의 독자가 되어준 사람은 없다. 꾸미지 않은 민낯을 들키는 일이 여전히 부끄럽기도 하다. 남편 이야기, 시댁 이야기, 그리고 미워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그 모든 것들은, 내가 말 대신 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나는 소심한 복수를 한다. 가끔은 당신들을 사랑하지 않을 때도 있다고, 소리 없이 외친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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