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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한테 버려지는 줄 알았던 그때 그 시절

미디어의 영향이 꽤 컸다

by 사적인 유디

엄마는 연년생인 우리 남매를 데리고 참 많이도 놀러를 다녔었다.


키 150 초반, 몸무게 40 초반이었던 우리 엄마는 그 가녀린 몸을 가지고 아빠도 없이 어린 우리 둘을 데리고

대중교통을 타고 광안리, 해운대, 동물원, 공원, 계곡 등 참 다양한 곳을 데리고 다녔다.


아직 어린이 시절의 나는 어느 날 TV에서 한 아이의 엄마가 아이한테 맛있는 것도 사주고, 옷도 사주고, 재밌게 논 다음에 보육원에 보내버리는 내용을 보게 되었다.


이 장면을 보고 꽤 충격을 받았는데, 때마침 우리 엄마가 오빠와 나를 데리고 광안리에 회를 사 먹이러 데려간 것이다.


나는 TV에서 본 것처럼 ‘설마 나 버려지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어린 나이의 나는 ‘언제 버려지는 거지‘, ‘나는 어디로 보내지는 거지‘ 라며 혼자 심각했었다.


그렇게 2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고, 나이 30을 앞두고 있는 나는 아직도 엄마 품에 있다.

그때의 기억을 이야기하면, 엄마는 어이없어한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며 …

엄마는 그저 우리한테 맛있는 회를 먹이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잘못된 미디어 영향을 받았던 나는 그때 회를 무슨 맛으로 먹었는지 기억이 안 나고, 그저 나 혼자 심각에 빠져있었던 것만 기억난다. 하하하


다 크고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니 우리 엄마가 참 대단하게 느껴진다.


엄마는 그 가녀린 몸으로 아빠의 술주정을 다 받아주면서 한 번도 일을 쉬지 않고 돈을 벌었고, 틈틈이 우리와 함께 놀러 다니며 우리에게 좋은 추억도 만들어 줬다.


왜소한 몸으로 아이 둘을 감당하기에는 쉽지 않았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잘 키워낸 엄마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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