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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카 Nov 19. 2019

세 번의 드로잉 클래스를 열었다

‘잘 그리고 못 그리고’가 중요한 게 아니야


드로잉 클래스를 열었다.

지난여름, 세 번의 드로잉 클래스를 열었다.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궁금해서 시작했다. 그림 그리기에서 무엇을 얻고 싶어 할까? 왜 배우고 싶어 할까? 나에게 원하는 건 뭘까? 내가 줄 수 있는 건 무엇일까?


그리고 딱 세 번의 클래스를 열었다. 그림을 알려주는 것도 재밌었지만, 그림을 그리러 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흥미로웠다. 나를 응원하러 온 지인들부터, 부끄러워하며 쓱쓱 그리기 시작하는 사람들, 한 자세로 조용히 집중하는 사람, 한 장만 파고드는 사람, 종이가 모자랄 만큼 여러 장을 그리는 사람, 크게 그리는 사람, 작게 그리는 사람, 과감한 사람, 신중한 사람 등 정말 다양했다. 아이를 낳고 첫 외출로 여기에 오게 되었다며 설레어하는 분을 만났을 때는 마음이 찡했다. 


세 번의 클래스에서 발견한 공통점이 있었다. 똑같은 사물을 그려도, 개인적인 성향과 기질이 그림에서 표현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특별히 가르쳐주지 않아도 자기만의 스타일을 갖고 있다는 것. 이렇게나 다양하고 멋지고 다 다른데, 표현기법을 알려주는 것보다 뭔가 더 재밌는 게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조카와 그림 그릴 때가 생각이 났다. 

처음으로 색연필을 잡기 시작했을 두 살 무렵, 동그라미만 그리기 시작했다. 선으로 여러 가지를 찍찍 그어보더니 스케치북이 꽉 찰 때까지 동그라미만 집중해서 그렸다. 완벽한 동그라미라도 찾는 걸까, 너무 귀엽고 신기했다. 일곱 살인 지금은 그림과 만들기로 감정을 표현할 줄 안다. 지난번에는 색종이와 크레파스로 나에게 보석을 만들어주었다.(감동)



‘잘 그리고 못 그리고’가 중요한 게 아니야

나는 그림 그리기를 통해서 아이든 어른이든 ‘나도 모르는 나’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그림 그리고 있는 모습을 관찰해보면 진짜 다양하다. 하나도 똑같지가 않다. 그리고 클래스에 왔던 사람들 중 대부분은 그림의 완성도보다 그 시간에 아무 생각 없이 그림에만 집중하는 것,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집중된 코멘트에 만족스러운 기분을 느꼈던 것 같다. “OO님은 그릴 때 거침없이 과감한 색으로 그리는 걸 잘하시더라고요. 완전 멋져요.” “OO님은 사물을 다르게 보는 눈썰미가 대단한 것 같아요.” “OO님은 컬러 선택을 진짜 잘하시는 것 같아요. 감각이 뛰어나요” 


너무 칭찬만 하는 것 같지만 못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을 끌어내는 것이 더 좋다. 조카에게 동그라미만 그리지 말고 세모, 네모도 그려보자!라고 했다면, ‘고모를 사랑한다’는 감정을 언어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표현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른도 마찬가지지 않을까? 그림은 내 생각을 표현하는 글쓰기 같은 것이다. 어쩌면 글쓰기보다 더 쉬운 도구일지도 모른다. 어렵게 느껴지는 건 왠지 잘 그려야 할 것 같고, 내가 그린 건 부끄럽고 그래서일 뿐. 똑같이 잘 그리기만 하는 건 의미도 없고 재미도 없다. 그림은 ‘잘 그리고 못 그리고’가 중요한 게 아니니까. 그런 걸로 평가하는 순간 그림 그리기는 재미없어진다.



+ 사실 제가 남 가르치는 것보다 제 그림 그리는 걸 더 좋아합니다( ..)

드로잉 클래스를 여는 것이 저에겐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라는 것도 이번에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온라인으로 브런치와 유튜브로(?) 드로잉 프로젝트를 만들어볼까 생각 중입니다. 오프라인 클래스는 배터리 용량이 커진다면 그때 다시 열어보겠습니다! (그래서 세 번의 드로잉 클래스로 마쳤다는 이야기..)



김파카 일러스트 작업 구경하기_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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