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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카 Jul 14. 2020

데이비드 호크니도 극찬한 아이패드 드로잉



“반 고흐도 아이패드를 좋아했을 겁니다.
그는 거기에 편지도 쓸 수 있었을 겁니다.”





<아이패드로 그림 그리기가 좋은 이유>

나는 거의 모든 그림을 아이패드로 그린다. 연필, 색연필, 수채화나 마카, 과슈, 아크릴 등등 다른 재료도 늘 준비되어있지만, 항상 꺼내 쓰는 것은 아이패드다. 아이패드가 없었다면 과연 내가 계속 그림을 그릴 수 있었을까 싶다. 처음 아이패드를 사고 그림을 그렸던 그 순간이 여전히 생생하다. 완전히 다른 과정과 방법으로 그림을 그리게 하는 새로운 세계에 들어온 듯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과 재료를 선택하는 것부터, 그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 시간까지 완전히 다 달라졌기 때문이다.


“반 고흐도 아이패드를 좋아했을 겁니다. 그는 거기에 편지도 쓸 수 있었을 겁니다.”

데이비드 호크니도 극찬한 아이패드 드로잉, 그는 아이패드의 참신함이 즉흥성이라고 말한다.





illustration ©kimpaca



물감과 붓, 물통을 꺼내지 않아도 아이패드 펜슬 하나면 온갖 종류의 붓과 컬러를 만들 수 있고, 실수해도 다시 그릴 수 있다. 좀 더 과감하게 이것저것 시도해볼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레이어 기능 하나만 봐도, 실제로는 그렇게 그릴 수 없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가능하다고 해도 이렇게 쉽고 간단하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혁신적인 것은 바로 드로잉을 발송하는 방식이다. 에어드롭으로 휴대폰으로 바로 전달하거나, 원작을 메일로 바로 전송할 수 있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방식인 것이다.



illustration ©kimpaca
illustration ©kimpaca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좋아하는 노래를 듣는 것, 피아노를 치는 것, 읽고 싶던 재밌는 책을 읽는 것, 식물을 키우는 것처럼 기분이 좋아지는 시간을 만들어준다. 좋아하는 한 가지에 집중하다 보면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고 붕붕 들떠있던 머릿속이 차분해진다. 이렇게 나의 기분을 바꿔주는 무언가를 하나씩 수집하다 보면 오늘 하루도 무사히 잘 보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것은 정말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 어떤 순간>

그림을 계속 그리다 보면 잘 안 그려지는 순간도 온다. 정확히 말하자면 무언가 ‘그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는 말이다. 글 쓰는 것과 똑같다. 뭔가 쓰고 싶은 동기가 찌릿하게 오지 않으면 몇 시간을 앉아있어도 아무것도 쓸 수가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아마 대부분의 작가들도 그럴 것이고,

그림을 그릴 때 가장 오래 걸리고 어려운 것이 바로 ‘그려야 할 순간을 찾는 일’ 일 것이다.


그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 어떤 순간이 있다.

 


illustration ©kimpaca

길거리를 지나가다 문득 포크레인이 눈에 들어오기도 하고

illustration ©kimpaca

이케아에서 눈길이 갔던 순간,

illustration ©kimpaca

여행에서 찍은 찰나의 순간도.

illustration ©kimpaca


그래서 나는 주변에 눈에 보이는 것들을 주로 그린다. 집에 있는 식물들을 그리거나, 여행 가서 찍어둔 사진을 보고 그리거나, 길거리를 지나가다 본 것들을 그린다. 아무래도 그게 가장 쉽고, 더 자세히 관찰하기가 좋기 때문이다.





<그림 그리는 방법>

관찰하는 눈을 갖고 있으면, 그림을 그릴 수가 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이렇게 저렇게 설명해도 데이비드 호크니가 책 <다시, 그림이다>에서 한 말을 따라갈 수가 없어서 문장을 통째로 빌려왔다.




"우리가 처음 여기에 왔을 때,
내 눈에는 산울타리가 그저
뒤죽박죽으로 뒤섞인 것으로만 보였습니다.

그 후에 나는 콘서티나처럼 펼쳐지는
작은 일본산 스케치북에
그 울타리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풀들을 그렸습니다.
그 스케치북을
한 시간 반 만에 다 채웠습니다.

그 후에 울타리를 보다
분명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림으로 그리고 나서야
그 풀들을 보기 시작했던 겁니다.
만약 그 풀을 사진으로만 찍는다면,
당신은 드로잉 할 때만큼
풀을 유심히 보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당신에게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도 않을 겁니다."

- 마틴 게이퍼드 <다시, 그림이다>, 디자인하우스, 2012






<그래도 그리는 게 어려울 땐>

글도 잘 쓰려고 하면 잘 안 써지던데. 그림도 잘 그리려고 하면 잘 안 그려진다. 내가 딱 그렇게 아무것도 못하고 있을 때, ‘그게 무슨 말이야 방구야’하는 표정으로 나에게 짜릿한 영감을 주는 밝은 기운의 사람이 있다. 하나뿐인 나의 8살 조카다.


조카에게 그림 좀 그려달라고 하면 거침없이 쓱쓱 다 그려준다.

그 주저 없는 당당한 손끝에 감동한다.



조카에게 아이패드를 쥐어주니 만들어진 작품(오른쪽 녹색부분은 사인)



실제로 조카와 그림을 그리다가 제법 맘에 드는 그림을 그리게 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주저 없이 일단 막 그리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좋은 느낌이 툭 튀어나오는 것 같을 때가 있다. 다시 똑같이 그리라고 하면 못 그리는.


데이비드 호크니도 드로잉을 가르치는 것은 보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했다.

아이패드로 그리든, 색연필로 그리든.





일러스트레이터 김파카 인스타그램  @kimpaca





글을 쓰고 생각을 담은 글쓰기 모임,

'쓰담' 멤버로 함께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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