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트리스 게임의 법칙
나와 남편이 처음 이 집을 선택했을 당시에는 미니멀리스트로 살면 될 것 같았다. 생각의 오류를 발견하게 되는 건 직접 겪어봐야 아는 법.
우리는 보통 다이어트 계획을 배고픈 상태일 때 세우지 않는다. 어느 정도 배도 부르고 볼록 튀어나온 살집을 만지작거리며 이제는 좀 살을 빼야겠다고 생각할 때, 바로 그때 계획을 세운다. 이렇게 하면 절대 안 빠질 수가 없겠지, 하는 마음으로 세운 빡빡한 계획은, 배고픈 상태가 되면 씨알도 안 먹히는 그런 계획이 된다. 우리가 집을 고를 때 딱 그런 마음이었다. 작지만 괜찮을 거 같은데...
우리가 각자 살던 원룸+원룸은 투룸이 되어 우리의 첫 신혼집이 되었다. 투룸이면 괜찮을 것 같았는데, 이상하게 둘이 살기엔 좁은 집이 되었다. 우리는 농담처럼 말했다. 혼자 살면 딱 맞겠다고.
1. 일단 잘 맞춰야 못쓰는 공간이 생기지 않는다.
2. 아등바등 껴 맞추다 보면, 가끔은 게임 판 크기가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어떤 이들은 이런 고민을 그리 깊게 하지 않아도 될 거다.
3. 어쨌든 규칙은 간단하다.
5가지 모양을 잘 맞추면 된다.
빈 공간이 없게 딱딱 채워주면 끝.
작은 집을 넓게 쓰는 방법은 결국 빈틈없이 잘 맞추어서 공간의 낭비 없이 쓰는 거다. 테트리스가 5가지 블록으로 구성되었듯이, 집 안의 물건들도 5가지로 나눌 수 있다.
집에 꼭 필요한 가구와 물건들, 냉장고나 세탁기, 건조기, 침대, 식탁, 밥솥, 전자레인지 같은 것들이다.
취향에 따라 구매 여부가 결정되는 것들이다. 우리의 경우엔 큰 테이블을 두는 것이 공통된 목표였다. 작은 집이지만 큰 테이블을 꼭 넣고 싶었다. 그 외에는 식물이 좀 많고, 예쁜 책장을 꼭 넣고 싶었다.
살아보니 예상치 못하게 구매한 것들이 꽤 많다. 예를 들면 운동기구 같은 것이나, 피아노, 취미와 관련된 것들이다. 작은 집에는 여분의 창고 같은 게 없어서 분리수거함이나 빨래를 어디에 둘지도 생각해야 했다.
정리가 필요한 작은 물건들부터 자주 쓰지 않는 캐리어나 계절용품들(선풍기, 돗자리 등)까지 모두 포함된다. 손톱깎이를 두는 위치부터, 문구류, 비누, 여분의 치약, 칫솔, 전선 케이블, 건전지 등등, 꼭 필요하지만 매일 쓰는 건 아니어서 정리가 필요한 물건들이다.
포기해야 하는 것들도 있다. 'ㅣ'자를 세로로 빈틈에 딱 맞추면 쌓여있던 블록들이 터지듯, 한정된 크기의 집에서는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우리는 넉넉한 옷 수납장과 화장대, 소파를 포기했다.
그렇게 배치한 첫 번째 평면도는 이렇다.
큰 테이블을 가운데 놓고 온전히 넓게 쓸 수 있는 배치였다. 처음엔 거의 완벽하다고 생각했지만, 살아보니 불편한 구석이 조금 있었다. 일단 움직이기가 조금 비좁았고, 책을 편하게 읽기 위한 암체어에는 벗어놓은 외투나 옷가지들이 쌓였다. 작은 방은 테트리스에서 빈틈이 많이 쌓인 블록처럼 활용도 없이 지저분해졌다.
그리고 이 집에서 산지 1년째가 되던 날, 이런 생각을 했다.
작은 집을 넓게 쓰는 법 따위는 없는 게 아닐까..
작은 집이 좁은 집으로 변하고 있을 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3가지다.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거나, 이 집은 원체 좁아서 뭘 해도 절대 안 될 거라고 쐐기를 박고 그냥 살거나, 다른 좋은 방법이 있는지 좀 더 생각해보고 바꿔보거나.
집의 크기를 넓힐 수는 없으니, 낭비되는 공간을 다시 한번 타이트하게 재배열하는 방법밖에 없다.
다시 한 판 더...쥐어짜본다.
재택근무에 맞춘 효율적인 동선으로 짰다. (빈 공간에서 홈트도 하고, 스트레칭도 하고, 빨래도 개고, 뒹굴거린다.)
아주 짜릿했던 게임이었다. 최선을 다해 머리를 굴려 죽지 않고 계속 살아있는 기분이다. 언젠가 이 게임이 끝나고 새로운 판에 도전할 때를 기대하며, 오늘도 나는 한 조각 한 조각 격파하며 빈 공간을 적절하게 유지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