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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카 Apr 25. 2021

원하는 재능을 하나 받을 수 있다면?


유퀴즈에 나온 공통질문이 귀에 쏙 들어왔다.

"내가 가진 것을 하나 주고, 원하는 재능을 하나 받는다면?"


일러스트레이션 ⓒkimpaca


핑크퐁 CEO는 위트 있게 '나이'를 주고,

'꾸준히 하는 능력'을 받고 싶다고 했다.

그렇다면 나는 '식욕'을 주고,

'잘 파는 능력을 받고 싶습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더 연구하는 사람 vs.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


요즘 나의 최대 고민은 '내가 못하는 것을 제대로 알게 됨'에서 시작되었다. 물건을 만들고, 콘텐츠를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데 이걸 널리 알리는 마케팅의 영역에는 진짜 소질이 없다는 것을.


햄버거를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만들지를 고민하는 사람과 어떻게 하면 전국으로 햄버거를 팔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람 중에 나는 천성이 전자였다.



일러스트레이션 ⓒkimpaca



어떻게 해야 잘 팔 수 있죠?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능력은 마케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요즘 들어 많이 하고 있다. 무언가를 잘 만드는 건 이젠 기본 중의 기본이고, 널리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하고,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문제는 또 다른 미션이다.


물건을 잘 파는 사람들을 관찰했다. 우리 동네에 있는 시장을 한 바퀴 돌고 나면 조용한 상인과 큰 소리로 말하는 상인을 볼 수 있다. 보통 오늘내일 다 팔아야 하는 신선재료를 파는 사람들이 더 적극적이다. 과일과 수산물이 그렇다.


수산물을 파는 아저씨는 생선들이 바다에서

방금 막 이곳에 도착한 것처럼 말한다.

"오징어가 왔어요. 어서 데려가세요."

"동태가 왔어요."


과일을 파는 아줌마는 토실토실하고 귀여운

과일들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려 이렇게 말한다.

"참외 보고 가세요. 진짜 꿀맛!"

"맛있는 성주 참외예요!"


그리고 사람들이 몰리는 퇴근시간이나 마감시간이 다가오면 이렇게 말한다.

"지금부터 잠깐만 3000원!"

"마지막 세일 3000원!"


오호..




물건이 아닌 서비스를 파는 사람도 있다. 우리 집에 같이 사는 룸메이트(남편, 마케터)는 사람들의 마음을 설득하는 한 문장을 찾기 위해 머리를 쥐어짠다.


그에게 물어봤다.

"어떻게 해야 잘 팔 수 있는 거야?"

"사람의 마음을 끄는 이야기가 있어야지. 뭔가 듣는 사람에게 필요하거나 연관된 이야기를 해야 돼.... 근데 이렇게 말하는 나는 지금 잘하고 있는 건지.."라고 말끝을 흐렸다.


분명 지난주에는 걱정과 고민으로 똘똘 말려있었는데, 이번 주에는 결국 해냈다. 사람들이 그가 쓴 문장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계속해서 팔리는 한 문장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아하..




 가까이서 관찰하고 얻은 결론은  가지다.  


첫 번째, 자기가 팔고 있는 것들을 잘 알고 있었고,

두 번째, 그게 다른 사람들에게 연관되어 있는 접점을 찾아 연결고리가 될 그 부분을 쏙쏙 뽑아내서 이야기를 한다는 것.

마지막으로 세 번째, 앞의 두 가지를 알면서도 잘 안 되는 이유는 왜인지 한참 고민을 했다.


그건 바로 내가 그 물건을 만든 사람이라서일까? 

과일을 파는 것으로 치면 나는 과일을 정성스럽게 키운 사람이고, 서비스를 만든 개발자다. 사람들이 이 참외가 진짜 꿀맛인지, 가격은 얼마나 싼지가 궁금할 때, 나는 참외가 자라는 모든 과정을 신경 쓰느라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었다. 아, 그래서 역시 사람은 혼자 일하면 안 되는 것인가를 깨닫고 있는 요즘이다.


모든 걸 다 잘할 순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인정했다. 다시, 원하는 재능 하나를 받을 수 있다면 이렇게 말해야지. 내가 못하는 것을 잘하는 사람을 찰떡같이 찾아내는 능력, 그게 좋겠다. 



일러스트레이션 ⓒkimpa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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