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파카 May 09. 2021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게 하는 방법


살면서 이렇게 책을 진지하게 관찰해본 적이 있었나 싶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책을 쓰게 된 이후로 나는 책의 즐거움과 고통을 함께 받고 있다.



우선, 사람들이 책을 정말로 많이 안 읽는다는 것.

책을 쓰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파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해본 일 중에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일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연코 책 쓰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미술학원 강사, 웨딩홀 아르바이트, 인테리어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내가 해본 일 중에 투자한 시간과 노력에 비해 가장 돈을 적게 받는 일이 바로 글 쓰는 일이었다. (나의 글쓰기 능력이 별로여서 일수도 있다는 점까지도 고려했다. 반대로 어떤 일은 나의 노력에 비해 많은 돈을 벌게 해주기도 한다.)



지하철에서 가끔 책 읽는 사람들을 마주친다. 카페에서도 종종 발견한다. 친구네 집에 가게 되면 책이 얼마큼 있는지도 슬쩍 보게 된다. 한 번도 책 읽는 모습을 보여준 적 없던 사람이 책을 들고 나타나는 순간을 발견하면, 대체 무슨 책을 읽는지 너무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다.  


책을 쓰게 된 사람이 된 이상, 책이 잘 팔리는 것까지의 책임도 있기에 사람들이 언제 책을 읽는지, 어떤 과정으로 책에 푹 빠지게 되는지 관찰해보았다.

 

사람들이 책을 읽고 싶어 하는 순간을 관찰해보면

5가지 단계로 나눌 수 있다.



1단계 :

남에게 굳이 말하기엔 좀 그런 고민이 있을 때

돈에 관한 고민이 있거나,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이 있을 때, 저 인간의 심리가 궁금할 때, 나도 나를 잘 모르겠을 때. 누군가에게 물어보긴 좀 멋쩍은 고민이 있을 때 책을 찾는다. 연초에 주식투자 관련 책이 순위권을 몽땅 차지했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2단계 :

진짜 할 게 없는 곳에 갈 때

기차를 타고 장거리를 이동하거나, 병원에 입원을 해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거나, 감옥에 간다거나(?) 와이파이가 잘 안 터지는 곳으로 여행을 가거나, 마땅히 할 게 없는 곳에 갈 때, 남는 시간이 붕 뜰 때, 책을 가져간다. 가져갔다가 몇 장 못 넘긴다고 하더라도 유용하다.


3단계 :

우연히 읽은 책에서 영감을 받았을 때

그러다 보면 책을 읽다가 영감을 받게 될 때가 온다. 이제부터 책의 매력을 알게 된다. 그런 책을 만날 확률은 무작위로 100명 중에 나와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을 만나게 될 확률과 비슷하다. 몇 퍼센트일까? 처음엔 낮은 확률로 나와 대화가 잘 되는 책을 찾을 수 있지만, 모든 것이 그렇듯 경험이 쌓이고 보는 눈이 생기면 확률은 점점 높아진다. '아 이 사람 나랑 비슷한 과네!' 딱 보면 알 수 있듯이. (잘 안 읽히는 책은 나랑 대화가 잘 안 되는 사람이랑 어쩌다 만나게 된 것뿐이다.)


4단계 :

글을 쓰고 싶을 때

좀 더 잘 쓰고 싶어서라도 책을 읽게 된다.


5단계 :

진짜 재밌어서 중독될 때

그때는 책을 사는 습관이 어느새 달라져있음을 깨닫게 된다. 필요에 의해서 한 권씩 조금씩 샀던 구매패턴이 완전히 바뀐다. 잠깐 훑어보면 내가 재밌게 읽을 책인지 아닌지 빠르게 판단할 수 있고, 책에 돈 쓰는 게 아깝지 않은 경지가 된다. 지출내역에 책에 쓰는 비용이 어느 정도 고정적으로 차지하고 있다. 마음에 확 와 닿고 생각할 거리를 주는 한 문장을 만나면, 그 책은 책값을 다 한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 읽지 않더라도 일단 여러 권 사두면 도움이 된다. 몇 개월 뒤에 읽게 되었을 때, 과거의 내가 고민해서 고른 책이 현재의 나에게 도움이 될 때의 짜릿함!



책을 좋아하고 계속해서 읽는 사람들이 정말로 왜 그런지 궁금했는데 비밀은 여기에 있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독서에 취미가 늦게 든 케이스다. 어쩔 수 없이 읽었던 10대와 있어 보이기 위해 깨작깨작 읽었던 20대를 보냈다.)


내가 아는 책의 즐거움은

배움의 유익함보다도 '즐거움'에 있다.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과 만났을 때의 즐거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숨바꼭질처럼 곳곳에 숨어 있는 영감을 발견할 때의 즐거움, 내가 몰랐던 세상을 알게 해 주었을 때의 즐거움이 책을 계속해서 찾는 이유다.



책에는 이런 대화를 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


"개는 친구를 사랑하고 적을 문다는 점에서 사람과는 사뭇 다릅니다. 사람들은 순수한 사랑을 하지 못하고 대상관계에서 늘 사랑과 증오를 뒤섞지요. "


"세상은 다 그렇게 두 가지 타입으로 나뉘나 보다. 쓸데없이 성실하거나, 남이 보기에 게으른 사람."


"독학자와 학교에 다닌 사람의 다른 점은 지식 폭이 아니라 생명력과 자신에 대한 신뢰감의 정도 차이다."


"이 책에 이러쿵 저 책에 저러쿵 책에다가 뱉는 말들도 다 들린다. 종이가 아쉽네, 예쁜 쓰레기네, 이런 걸 돈 받고 팔아? 쉬운 소리일까 아쉬운 소리일까. 이것도 모르겠다. 점수를 매기는 말들. 점수보다는 박수를 보내면 좋겠는데. 심사를 하기보다는 신사적이면 좋겠는데."


"솔직히 말해서 사람이 사랑에 빠져야만 결혼한다면 대부분은 결혼을 하지 못한 채 죽을 것이다."



내가 원하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친구가 있다! 사실이다.





요즘 테이블에 쌓아놓고 읽고 있는 책에서 꼽은 문장입니다.

몇 문장만 읽고도 이게 무슨 책인지 뙇! 아셨다면, 저와 취향이 비슷하시군요!! 흐흐흐  



김파카 그림 작업 구경하러가기 쓩!

저의   < 방의 작은 식물은 언제나 나보다 큽니다>   12,600에 저와 친구가 되는 기회! 읽어보실래요?




매거진의 이전글 원하는 재능을 하나 받을 수 있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