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들이 개인 공간을 필요로 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라고 한다. 개인 공간이 점점 넓어진 것은 20세기 중반 이후부터. 아무리 작은 공간이라도 개인 공간이 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감정의 짐을 덜 수 있고, 타인에게 내가 어떻게 보일지 신경 안 써도 되는 그런 안전하고 완벽한 공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나에게도 개인 공간이 필요한 시기가 언제부터였을까 생각해보니 초등학생이 될 무렵이었던 것 같다. 내 방을 원했고, 내 방을 갖고 나니 '나만의' 집을 원하게 되었다. 독립을 하고 집을 얻게 되니 나만의 작업실을 원하게 되는 지경까지 이르고, 공간에 대한 욕망은 끝이 없다.
집도 있고, 작업실도 있고,
모든 것을 갖게 되었는데 문제가 생겼다.
일이 잘 안된다는 것이다.
분명 아침부터 테이블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앉아있었다. 뭔가 하긴 했는데 마무리를 못해서 아무것도 안 한 결과가 된 날이 벌써 스물몇 번째 지나가고 있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집중이 안될까. 뭐가 문제인 걸까.
문제의 원인이 무엇이더냐!
이것은 내가 첫 독립하면서 고른 작업 테이블이다. 가로 1500mm에 폭 750mm이고, 널찍하게 혼자 쓰기에 딱 좋은 사이즈다.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고, 다리가 테이블 상판이 분리가 된다. 트랜스포머.. 까지는 아니지만 일반 테이블보다는 좀 더 유연하게 배치할 수 있다.
문제는 이 테이블이 다용도가 되면서부터다.
밥도 먹어야 되고, 이제는 룸메이트인 남편과 같이 쓰게 되어서 1/2로 줄어들었다.
테이블이 좁아져서 문제일까?
사실, 이유를 찾으면 끝도 없이 나왔다. 일하다가 빨래도 돌리고, 꺼내서 건조기에도 넣어주면 1시간에 한 번씩 집중이 흐트러진다. 입이 심심해서 냉장고도 괜히 한 번 열어본다. 이쯤 되니 환경 탓보단 내 의지의 문제인 것 같다.
찾아보자 해결책
집중이 잘 됐던 시간을 떠올리며 그곳의 공통점을 찾아보았다.
귀에 거슬리지 않은 백색소음의 노래
눈이 편안한 조도의 조명과 분위기
집중하는 사람들의 에너지
어느새 다가온 마감기간
약간의 긴장감
그리고... 나의 컨디션...?
아, 결국 내 의지의 문제였던 것인가!
의지는 어떻게 만들고 지켜낼 수 있는 것인가...
'내 의지는 왜 이렇게 약해졌나'를 고민하던 어느 날 저녁, 조카와 통화를 하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숙제하기 싫고 놀고 싶으면 어떻게 해?"
"1시간 안에 빨리 끝내고 놀 생각하면서 하는 거지"
인간의 집중력은 한계가 있는데 너무 오랫동안 붙들고만 있었던 것 아닐까.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뭐 하고 놀지를 열심히 계획하지 않은 탓일지도 모른다. 내가 시간을 잘 쓰고 있나? 뇌가 쉬고 싶다고 말하는 것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공간 말고 내 뇌를 바꾸는 게 빠를지도. 그래서 나만의 시간 사용법을 만드는 방법을 찾아보고 실험해보기로 했다.
다음 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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