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파카 Jun 18. 2021

시간에 대한 흥미로운 생각들

너는 시간이 뭐라고 생각해?



이론물리학자를 공경에 빠뜨리는 방법은 이겁니다.
"시간의 본질이 무엇인가요?"라고 묻는 것.
말문을 막는 질문이죠. 모르거든요.

뉴턴도 시간을 정의하지 않았어요.
정말 잘하신 거죠, 지금도 모르니까.


- 라디오 <김이나의 별이 빛나는 밤에> 5월 29일 별밤 아카데미 <물리 편> 김상욱 교수님의 말




시간을 쪼개어 쓰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어느 날 밤, 물리의 ‘ㅁ’자도 모르는 사람이 라디오를 듣다가 이런 이야기를 주워 들었다. 뉴턴도 시간을 정의하지 못했다고? 지금 흘러가고 있는 것 같은 이 시간은 뭐지? 키보드를 두드리는 이 순간이 지나가고 또 지나갔다. 아, 지금도 1초마다 조금씩 늙고 있는데...


조금 더 찾아보니 이런 기사도 눈에 띈다. 남들보다 시간을 더 빠르게 사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시간은 중력의 영향을 받아서 고층아파트의 꼭대기 층과 1층에 사는 사람의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는 거다. 물론 그 정도 높이 가지고는 아주 티도 안 나지만.  



우리는 시간을 이렇게 표현하곤 한다.  




시간은 금이다. 아껴 써라.

(어떻게 아껴 쓰지?)



시간을 쪼개서 써,

(조각 케이크처럼 생긴 건가)



시간을 허투루 썼어,

(아무렇게나 쓰면 어떻게 되는 거지, 그러면 안 되는 건가)



멈춘 것 같았어,

(멈출 수 있는 건가?)



너무 빨리 지나가,

(너무 느리게 안 간다고도 하고)




그냥 흘려보냈지 뭐

(물 같은 액체 같은 건가)          



시간을 잘 관리하고 싶다.

근데 시간이 뭔지도 모르는데 관리할 수 있는 건가?

대체 시간이 뭐지?

 



1

시간을 '잘' 쓰는 건 뭐지?

시간을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는지에 대한 책과 이야기는 어마어마하게 많다.

같은 시간에 다른 성과를 내는 시간관리법이라든가, 시간을 지배하라는 조언, 하루를 두 배로 사는 법, 1만 시간의 법칙 등등.


 책들을 읽다 보면  가지 공통점이 있다. 다들 자기만의 방식대로 시간을  다룬다. 시간의 가치를 특별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며, 그래서 자기에게  맞는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터득한 것을 알려줄 뿐이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이런 책들을 읽고 ‘아, 나는 안될 놈인가’하는 자책보다는 내 스타일로 시간을 어떻게 쓰면 좋을지를 생각해보는 거다.

  

 


2

나는 시간을 '어떻게' 쓰고 싶은 거지?

어떻게 쓰고 싶은지는 물어보나 마나다. 잘 쓰고 싶다는 거 말고 또 뭐가 있을까. 음, 좀 더 생각해보니 ‘내가 하고 싶어서 계획한 일을 정해진 시간 안에 해내고 싶다’는 구체적인 생각이 떠올랐다.

 

24시간 내내 cctv를 달고 다니면서 내가 어떻게 시간을 쓰고 있는지 알게 되면 충격을 받을지도 모른다. 좀 더 간편하게 충격을 받는 방법은 휴대폰에 내장된 스크린 타임을 보면 된다.


나에게 24시간이 주어졌다. 나는 8시간 동안 잠을 잔다. 생산적인 작업을 하는 시간은 7시간 정도 된다. 요리하고 먹고 하는 시간만 3시간 정도 되고, 그러면 딱 6시간이 남는다.


여기에는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시간이나, 쉬는 시간이나, 뭘 보는 시간 등등이 모두 포함된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시간 동안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스크린 타임이 알려주기를 평균 6~8시간을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고 하기 때문이다. 매일 한 시간씩 꾸준히 게임을 하고, 유튜브를 보고, 인스타그램을 하고, 카카오톡을 하면서 남는 시간을 보냈다.     


유튜브 1시간 31분,

인스타그램 1시간 11분,

동물의숲 포켓캠프 48분,

카카오톡 35분,

노션 26분,

카메라 14분,

브런치 13분….     


뭐.. 이렇게 많이 쓴다는 걸 인식만 하고 있어도 점차 나아질 수 있다. 글로 다시 한번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충격요법의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어쨌든 인식하지 못하고 쓰는 것보다 훨씬 나아졌고,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생산적인 작업을 하는 7시간’을 잘 쓰는 거니까.

    

생산적인 작업을 하는 시간은 스크린 타임으로 추적이 안돼서, 직접 체크해보는 수밖에 없다. *어느 유명한 화가가 몇 달 동안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 구체적으로 기록했는데, 한 달 중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날은 6-7일 밖에 없다고 했다. 나머지 20여 일은 화랑 업무에, 작업실 청소에, 우편업무 등에 썼다고 한다.

이렇게 시간을 추적해보면 내가 어떻게 시간을 쓰는지 알 수 있다.

* 책 『Art & Fear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




3

자기만의 방식으로 시간을 다루는 법

구체적인 시간 사용법 중에는 나에게 잘 맞을 것 같은 방법을 쓰고 계시는 꿀차님(@ggul.cha)의 퍼블리 콘텐츠에서 읽고 연습했다. 가장 확실하게 도움을 받은 부분이 바로 "내게 중요한 시간 지표를 기록할 것" 이 부분이었는데, 나 역시 프리랜서 생활을 시작하면서 가장 관리가 안 되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나의 문제는 하고 싶은 것, 해야 할 것, 하기 싫은데 해야 할 것,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하고 있는 것.. 등등이 뒤섞여있다는 것이었다.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서 스트레스만 받다가(그럴 거면 차라리 놀지!), 하기 싫은데 빨리 해야 하는 일들만 처리하고, 정작 꼭 하고 싶은 일들은 계속 미루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실질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에 6-7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시간을 어떻게 집중해서 보낼지 정리해보기 시작했다.



1시간 : 그림 작업(외주 받은 것)

1시간 : 그림 작업(내가 그리고 싶은 것)

2시간 : 원고 작업(두 번째 책 작업)

1시간 : 하고 싶은데 미뤄지는 것들(유튜브 촬영과 편집, 새로운 프로젝트 기획)

1시간 : 하기 싫은데 해야 할 것들(전화업무, 남에게 부탁해야 하는 것, 갑자기 어디선가 튀어나오는 수정 작업들, 추가 요청사항 같은 것들이 은근히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다)

1시간 : 배우고 싶은 것(글쓰기를 위한 공부, 새로운 재료 연습, 셀프 홍보를 위한 마케팅,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경제공부 등등)




4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 말

모두에게 똑같은 기준이고, 누구에게나 같아서 ‘시간’을 빼앗고 감옥에 가게 하는 것이 가장 평등한 방법으로 벌을 주는 것이라고 김상욱 교수님이 말했다. 오, 정말 그렇다! 모든 게 상대적인데 시간만큼은 모두에게 공평하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은 왠지 부담스러웠는데, 뺏길 수 있다는 말은 좀 더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지고, 잘 쓰고 싶어지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과학적이진 않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를 덧붙이셨다.


"시간을 벗어나는 방법이 있어요.

음악을 듣는 거예요.

시간을 여행하고 싶은 사람은 책을 읽으면 되고요.

시간을 느끼고 싶은 사람은 글을 쓰면 되고,

시간을 벗어나고 싶은 사람은 음악을 들으면 된다는 말이 있어요.”


어느 복싱 선수는 이렇게 말했다.

“대결할 때는 시간의 흐름을 잊어요.”


나는 이런 말들에서 좀 더 잘 살고 싶다는 기분을 얻는다. 시간은 아직 아무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시간을 똑같이 쓰고 있지 않다는 건 확실하게 알 것 같다. 이 알쏭달쏭한 시간이라는 것이 어떤 날에는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몰입하던 신기한 순간을 경험하게 하기도 하고,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게 흐르고 있었다.


시간을 시계로 이미지화시켜서인지 동그란 케이크나 피자 모양 같다고 생각했지만, 어쩐지 좀 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내가 안 먹었는데도 사라지는 물 같다고 생각했다. 그냥 사라지게 할 건지, 한 입 꿀꺽 마실 것인지, 다른 걸 첨가해서 맛있게 마실 건지, 얼려서 부피를 좀 키워볼 건지... 뭐 그런 생각.








1시간 31분 보는 유튜브 :  그림브이로그

1시간 11분 하는 인스타그램 :  @kimpaca




매거진의 이전글 일이 잘되는 완벽한 공간을 찾아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