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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강 May 23. 2022

올림픽 국립공원,여행은 시작되었다.

시애틀에서 두 시간 반 거리, Port Angels에 짐을 풀다.

내가 그동안 해왔던 미국 국내 여행은 주로 서부에 치우쳐있었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안정적인 기후 패턴을 갖는 동부에 비해 서부는 화산과 건조함, 침식 등 자연의 힘에 의해 만들어진 가공할만한 멋진 자연의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혀 다른 모습의 서부를 찾아가기로 했다. 바로 북서부의 워싱턴주 올림픽 국립공원이다. 미국 워싱턴주는 미국의 서부라고 하면 연상되는 건조한 날씨하고는 완전히 다르다. 내가 이번에 찾아간 올림픽 국립공원은 사계절 중 한 계절을 빼놓고는 늘 습한 기후로 인해 형성된 온대 우림이 있는 곳이다.

열대 우림도 아니고 온대 우림이라니!!


(  정말 동화속 장면같던 이끼 입은 숲속 나무들 )


올림픽 국립공원은 시애틀에서도 차로 두 시간 반 거리에 있었다.

동부에서 무려 다섯 시간을 날아온 우리는 세 시간 시차의 시애틀에 도착했다. 예상했던 대로 비가 내렸다. 

공항을 빠져나온 우리는 렌터카를 픽업하고 늦은 저녁을 먹기 위해 사위가 좋아한다는 만두집으로 갔다. 

즐거운 여행을 위해선 우선 든든하게 배를 채우는 게 좋다. 게다가 배가 고프면 평정을 잃기 쉬운 사위가 운전대를 잡고 있으니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도 당연한 일이다. 만두와 낯선 중국(또는 대만음식)을 맛있게 먹는 딸과 사위를 보면서 아빠가 한마디 한다. "여행기간 중 모든 외식은 아빠가 낸다!!"


(  숙소에 도착한 다음날 동네 한 식당에서 먹은 푸짐한 아침식사 )


여행의 시작은 늘 설렌다.

차창밖의 풍경에 시선을 두고 있다가, 앞좌석에 나란히 앉아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며 즐거워하는 딸 부부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본다. 어느새 어른이 되어 짝을 찾고 우리를 뒷좌석에 태우고 흥겨워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함께 여행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과 하는 여행은 혼자 또는 부부 둘이서 하는 여행하고는 차원이 다른 즐거움과 기쁨을 주는듯하다. 조금씩 여행의 설렘이 피어오른다.


( 7인승 차를 꽉 채운 아이들, 맨 뒤자리에서 바라보는 흐믓함 )


여전히 차가운 날씨 속에 여행의 첫날을 시작했다.

첫날의 아침식사는 로컬 레스토랑을 이용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일주일간 머물 동네와 친해지고 싶었다.

온갖 자동차와 오토바이 미니어처들로 가득 채워진 로컬 식당엔 뚱뚱한 동네 아저씨들 몇몇이 모여 간단한 아침식사와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우리도 그들처럼 오믈렛과 팬케익 등으로 아침을 주문했다. 정다운 시골 마을답게 가격도 맛도 푸근했다. 허스키한 목소리의 주인장 프리실라의 친절은 우리 일정중 하나를 정하게했다.

떠나는 날 마지막 식사도 그곳에서 하기로.

우리는 느긋하게 식사를 마친 뒤 일주일간 먹을 음식거리를 사다 놓은 뒤 Port Angels를 둘러보았다.

한때는 연어와 넙치잡이로, 잡은 생선들의 통조림 공장들로 북적거렸을 항구마을은 그저 여행객들이 잠시 머무는 조용한 시골마을이 되어 우리를 맞았다. 


( 차가운 날씨속 한적한 Port Angels의 모습 )


여행은 시작되었다.

그동안의 여행이 주로 우리 부부 둘만의 여행이었다면 이번 여행은 두 아이들의 커플과 아들의 친구까지 함께한 온 가족 여행이었다. 게다가 여행의 시작부터 끝까지 비행기와 숙소를 예약하고 전반적 일정을 아이들이 준비하고 이끌었다. 늘 자신이 준비하고 이끌었던 남편은 한편으로는 홀가분하고 한편으로는 역할을 넘겨준 것에 대해 서운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젊은 아이들과 어울리고 그들의 템포에 맞추느라 서운하고 자시고 할 겨를도 없었다. 때로는 젊은이들과 함께하는 색다른 여행이 중년의 우리를 생기있게 만든다.

( 숲속에서 마주친 뿔이 여섯개나 되던 무스의 위엄있던 모습 )


내일부터 만나게 될 올림픽 국립공원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가 걷게 될 트래일들은 어려운 코스일까? 아니면 중간 정도?, 너무 가파르거나 힘들지 않을까?

온대 우림은 어떤 모습일까? 오다가 그치기를 반복하는 비는 우리가 숲길을 걸을 수 있도록 허락할까?

밤늦도록 모닥불가에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이번 여행은 너무 서두르지 않기로, 무리한 일정으로 피곤치 않기로, 때때로 쉬면서 걸어가보기로 입을 모있다.


( 밤이면 둘러앉았던 모닥불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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