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차이가 부른 오해, 배려냐 식탐이냐??
아들의 운동이야기를 쓰다 보니 에피소드가 하나 생각난다. 오지랖이 부른 쓰라린 기억.
유난히 타인을 배려하는 성격의 아이가 미국의 자기중심적인 문화에서 겪은 경험이다.
말 그대로 동양과 서양의 문화 차이라고나 할까.
그 문화 차이로 아들은 졸지에 탐욕스러운 아이로 낙인찍혔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라크로스팀에 합류한 아들은 주말에도 바빴다.
어느 화창한 주말 아침.
그날은 라크로스팀 전체가 학교 앞의 공원에서 열리고 있는 행사에 자원봉사를 가는 날이었다.
지역의 모금행사로서 참가자들이 공원을 돌며 뛰는 행사였다.
그 행사에 라크로스팀은 참가자들에게 물도 나누어주고 함께 뛰기도 하면서 자원봉사를 하기로 되어있었던 것.
아침 일찍 시작된 행사에 참여한 아이들은 대부분 아침밥을 생략한 채 참여했을거였다.
물론 아들도 눈뜨자마자 나갔으니 당연히 빈속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행사가 끝난 뒤 음식이 제공되었다. 허기진 아이들에게 가장 반가운 시간이지 않았을까.
행사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나눠먹을 수 있는 양의 핫독과 피자, 그리고 음료수들.
아침을 굶은 아이들은 자신이 먹을 만큼 한 접시씩 담아 근처 벤치에 둘러앉았으리라.
친구들보다 조금 늦게 테이블로 와서 음식을 담던 아들의 눈에 친구들의 접시가 보였겠지.
핫독 하나와 피자 한쪽 달랑 들고, 한손엔 음료수를 들고 앉아 있는 친구들.
아들은 그들에게 음식을 더 가져다주고 싶었을게다. 제 배가 고프니 다들 그러리라 생각한 거겠지.
오지랖 넓은 아들은 한 손에 저 먹을 것을 담아 들고, 또 한 손에는 핫독 한 접시와 피자 한 접시를 따로 담았다.
여분의 음식 접시를 들고 가서 벤치 앞 테이블에 놓고 친구들과 같이 나눠먹을 요량이었다.
하지만 양손에 세 접시를 들고 흘릴까봐 조심하며 걸어가던 아들은,
팀 코치의 벼락같은 소리에 깜짝 놀라 멈칫 섰다.
"How greedy you are!!!"
"greedy? 내가 greedy 하다고???"
당황한 채 접시 세 개를 들고 멀뚱이 서있는 아들에게 코치는 잔소리를 퍼부었다.
한 접시면 족하지 무슨 세 접시나 들고 가느냐고, 네가 그것을 다 먹을 수 있느냐고, 다른 사람은 생각하지 않느냐고...
아들은 친구들과 나눠먹으려고 그런 것이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했지만, 이미 greedy 한 놈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잔뜩 기분이 상한 채 집으로 돌아온 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같이 속상해했었다.
"그놈의 코치, 아이의 마음도 이해 못하는 편협한 인간"이라고 싸잡아 욕을 하며 아들을 위로했지만 한편으로는 코치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미국에선 그냥 자기가 먹을 것은 자기가 가지고 간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누군가가 가져다줄 것을 기대하지도 않는 것 같다.
내가 먹고 싶으면 가져가고 먹고 싶지 않으면 안 가져가고, 안 먹는다.
누군가가 가져다가 권해서 먹는다?
또는 먹고 싶어도 참고 있다가 누군가가 권하면 먹는다?
우리 문화에서는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미국에서는 흔치 않은 일인듯하다.
그냥 각자 내가 먹을 것을 내가 챙긴다. 모두들.
그런 그들에게 아들의 모습은 greedy 하거나 오버하는 낯선 모습일 거였다.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없고 우스꽝스러운 에피소드이지만 '문화적 차이'로 해석할 수 있는 일화였다.
아들은 한국에서는 미덕이었던 행동이 미국에서는 이해받지 못하는 행동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경험하면서 문화적 차이를 좁혀나갔다.
나중에 그 코치와는 더없이 좋은 사제 관계가 되어 그 코치가 다른 학교로 옮겨갈 때 제자로서 추천서 레터(?)를 써 드릴 정도가 되었지만 둘이 그 일화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었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아들이 오지랖이 넓은 한국 출신일뿐 탐욕스러운 것은 아니었음을 그 코치가 알게 되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