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원천 Aug 05. 2021

14. 이르쿠츠크 산책

[9288km] 이르쿠츠크, 2018년 8월 8일

시베리아 횡단 열차 안이다. 잠에서 깨어 전날의 일기를 쓴다.


모로코에서 만났던 여행 친구가 추천해준 '리스트 비양카' 트래킹 코스를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다시 열차에 타기 전에는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어 그냥 계획대로 이르쿠츠크 시내를 정처 없이 산책했던 하루.


열차 안에서 당분간 또 도시락 라면과 감자 분말 컵으로 끼니를 때우기 전에 마지막으로 진짜 맛있는 연어 스테이크도 한번 먹어주고. 물고기 스테이크가 이렇게 맛있는 줄 모르고 살았다. 세상엔 아직 맛있는 게 참 많이 남아있는 것 같아 기쁘다.

상상 속의 러시아,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구 소련의 이미지와 많이 닮았던 이르쿠츠크 시내가 참 좋았다. 허름한 도로 위 철로를 따라 덜컹거리며 흘러가던 트램을 한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처음 횡단 열차를 탔을 때의 해프닝도 있어서, 혹시나 또 뭔가 잘못될까 하는 마음에 역에서 3시간 정도를 기다리다가 다행히 별 조마조마한 해프닝 없이 예약한 81번 열차에 올라탔다. 한국말로 인사하는 같은 칸 외국 여자분 때문에 놀랬다.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카자흐스탄 소녀였다. 옆 자리에는 한국에서 공부 중인 일본인 대학생 두 명도 있었다.


잠들기 전 잠시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자리에 누웠다. 이번 열차도 괜찮을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13. 밥 친구와 작별하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