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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천 Aug 20. 2021

5. 헤이그 산책

[100일 여행] 헤이그, 2015년 8월 16일

오늘 만나기로 했던 네덜란드 친구 A에게 사정이 생겨 내일 만나기로 했다. 이참에 헤이그의 여기저기를 산책해보자 싶어 아침부터 부지런히 돌아다녔던 하루.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에서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감상하고, 1시간 정도 느긋하게 걸어가 드 피어(피에르 일지도?)에서 한동안 바닷바람을 쐬다 왔다. 마음에 드는 곳이라 기념품으로 그곳의 이름을 딴 머그컵을 하나 샀다. 벌써부터 뭔가 사 모아도 되나 싶었지만, 뭐 컵 하나쯤이야.

마우리츠하위스(Mauritshuis) 미술관
실제로 보니까 느낌이 오묘했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이준 열사의 박물관도 있었다
모차르트가 9살 무렵 헤이그에서 자작곡을 발표했다고 한다
얘들한테 먹고 있던 햄버거를 뺏길 뻔했다
기념일 케이크일까?
헤이그의 평범한 풍경을 눈에 담으며 느긋하게 바닷가까지 걸어갔다
드 피어(De Pier)의 선선한 바닷바람과 파도 소리가 기분 좋았다

어제저녁에 경황이 없어 당황하던 중 커튼 고리 하나를 망가뜨렸었다. 뭔가 타이밍이 안 맞아 아침에 미처 말하지 못하고 호스텔을 나섰던 게 하루 종일 마음에 걸렸었는데, 호스텔로 돌아오는 길에 용기를 내어 스태프 분에게 사실을 알리고 사과했다. 혹시 왜 여태 말하지 않았냐며 화내면 어쩌나 하고 별 걱정을 다 했는데, 솔직히 말해줘서 고맙다며 의외로 쿨하게 넘어갔다.


생각해보면 상대방 입장에서도 그렇게까지 정색하고 화낼 일은 아니었을 텐데. 며칠 동안 모르는 문화에 치여 주눅이 든 탓에 괜한 두려움이 생겼었나 보다. 커튼 고리는 이미 고쳐져 있었다. 스태프 분이 고쳐놓으시기 전에 미리 말했다면 더 좋았을 텐데.


며칠간 잘 몰라서 벌인 자잘한 실수도 제법 많았다. 하지만 모르니까 당연히 처음엔 실수하는 거라고 담담히 받아들이게 된 걸 보니, 예전보다는 정신적으로 아주 조금이라도 성숙해진 걸지도. 아직 집 떠나온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다. 익숙해지면 좀 나아지겠지.


예전 여행자들은 서로 여행 정보를 교환하느라 떠들기 바빴다던데, 요즘 여행자들은 스마트 폰만 쳐다보고 있다더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닌가 보다. 스스로 얼마든지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세상에서, 타인과의 교류는 더 이상 필수 조건이 아닌 것 같다.


며칠 새 얼굴 살이 제법 빠졌다. 수년간 회사를 다니며 붙은 군살이 빠지는 거야 좋긴 한데, 지나치게 피곤한 상태로 스코틀랜드에 도착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일주일쯤 뒤에 스코틀랜드의 '웨스트 하이랜드 웨이' 트래킹 코스를 걸을 생각이다. 기대하던 하이랜드의 경관만은 괜찮은 컨디션으로 제대로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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