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뭘 해야 할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모를 때면 항상 흔들리곤 했다. 마치 팔랑귀처럼 이게 좋다고 하면 거기에 잠시 쏠렸다가 또 저게 좋다고 하면 또 거기에 쏠렸다가.
그럼에도 줏대 없이 흔들린 그 시절을 좋아한다. 그 시간을 통해 나에 대해 정확히 알게 됐달까. 내가 뭘 못 견디는 사람인지 어떤 가치에 의미를 두는 사람인지.
어쩌면 그 시절 팔랑귀는 나에게 행운 같은 선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시절이 없었다면 여전히 날 자세히 알 기회가 없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