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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페토 Apr 21. 2023

유럽 여행을 꿈꿔보았다. 무한히

일상의 틈새를 만들기 위해

2022년 7월 13일 ~ 11월 6일까지 약 120간 유럽에서 살아내며 얻은 감정과 이미지를 하나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정리한 편지 형식의 글입니다. 

느리지만 진심을 다해 매주 한 편, 마음속에 울렸던 소리에 집중하며 담아낸 글을 

매주  한편씩 올려드릴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 번째 Great Ideas, "무한(Infinity)"


첫 번째 키워드는

무한(Infinity)입니다!


어디가 끝인지 모르고 인식조차 할 수 없는 경계를 

넘어서 보려는 우리의 노력은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요?

  




“To infinity and beyond!”


이 대사를 아시나요?



토이 스토리의 주인공 버즈 라이트의 명대사죠. 항상 시도하기 두려운 순간에 읊조리며 어려움을 뚫고 나갑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친구들을 위해서 자기 몸을 내던지는 캐릭터입니다. 어릴 땐 무슨 의미인지도 모른 채 멋있으니까 그냥 외우고 다녔던 기억이 나네요.


다시 이 대사를 곱씹으며 버즈가 무엇을 꿈꿨는지 궁금해졌어요. 어쩌면 순간의 어려움, 혹은 인생의 중차대한 장애물 앞에서 버즈가 가진 태도를 나타내는 주문일 수도 있고, 새롭게 마주하게 될 세상과 자기 행복을 찾기 위한 도전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동시에 다른 질문도 생기더라고요. ‘무한’이라는 영역을 인간이 이해할 수 있을까?


  




우선 우리는 우주를 무한한 공간이라고 하죠. 

그리고 우주에는 세 가지 상태의 무한이 존재한다고 해요. 

빅뱅 이후 무한히 넓어지고 있는 우주, 

모든 걸 빨아들이며 무한히 수축하고 있는 블랙홀, 

그리고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회전하는 상태예요. 


특히 신기한 건 블랙홀 주위를 공전하는 위성도 있다는 사실인데요, 

조금이라도 궤도를 이탈하면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거나 무한히 날아가 버릴 운명임에도 태연하게 본인의 궤도를 돌고 있는 거죠. 



우주는 안정적인 힘의 균형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요. 힘의 작용과 반작용, 잡아당기는 힘과 밀어내는 힘 등 우주의 구조를 형성하는 힘들이 우주의 평화를 지키고 있는 거죠. 간혹 태양보다 큰 별이 수명을 다하면 힘의 균형을 잃고 무한히 수축하는 블랙홀이 되긴 하지만요. 어쨌든 인간은 우주가 힘의 균형으로 인해 무한히 존재한다고 이해하고 있어요.


  


저는 규칙적인 일상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틀 안에서 최대한의 자유를 찾으려고 노력하죠. 

안정적인 걸 좋아하고, 예상치 못한 변수에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느끼곤 합니다. 

아마도 정해진 스케줄대로 살기만 하면 하루를 뿌듯하게 보냈다는 착각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아무튼 최근 발견한 신기한 사실은,
스스로 만들어 놓은 틀에서 벗어날 때면 어떤 희열을 느낀다는 거예요. 그것이 우연이든 아니든 말이죠. 



‘오, 이런 공간도 있구나’, ‘이렇게도 살고 있구나’와 같은 생각을 해요. 공간에 대해, 주변 사람에 대해 호기심이 생기는 거죠. 같은 시간대에 살고 있지만 다른 공간에서의 이질감을 발견하면서 이런 소소한 일탈이 삶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게 하고 주변을 돌아볼 여유를 만들어주는 거죠. 저는 이런 순간을 ‘틈새’라고 불러요. 스스로 만들어 놓은 균형을 미세하게 흐트러뜨리면서 또다시 열심히 일상을 살아갈 힘을 얻는 거죠. 


사실, 저는 항상 균형 잡힌 삶을 살려고 애써왔어요. 제가 가야 한다고 인식한 궤도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했고, 인간관계에서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중간만을 고수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애매한 관계들만 남았고, 저의 삶도 좋아하는 음식이 뭔지, 취미가 뭔지 물어본다면 선뜻 대답하지 못하는 애매한 상태가 되었죠. 자연스레 한 가지 질문이 들었어요. ‘이게 정말 균형 잡힌 삶일까?’ 하고요. 



과학자들은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기 직전의 경계를 특이점이라고 해요. 이 선을 넘으면 60초 남짓한 사이에 블랙 홀로 빨려 들어가는 거죠. 시공간이 붕괴한 이곳에서 미래라는 것은 없을지 몰라요. 원자보다 더 작게 분해돼 버리거든요. 하지만 한 번쯤은 궤도 밖으로 튕겨 나가도 괜찮겠다고 생각해요. 

산 길을 벗어나 그저 발이 이끄는 대로.




그래서 어느 것 하나에 빠져보고 싶긴 해요. 깊이, 진득하게, 아주 치가 떨릴 정도요. 애써 내가 만들고 지키려 했던 균형이라는 선을 넘어서 보는 거죠. 앞으로 매주 '틈새'를 만들려고 시도한 이야기를 공유해 드릴게요. 지금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모르겠어요. 엄청나게 도전적이거나 위대한 일이 아닐 수도 있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저 이 말을 되뇌면서 용기를 끌어모아볼게요. 진짜 도전을 해볼 수 있도록 말이에요.



“To infinity and beyond!”






당신은 어떤 궤도에 올라 있나요?


이미 삶의 균형을 깨버리고 특이점을 벗어난 인생을 살고 있는 건 아닌가요?


당신이 발견한 인생의 '틈새'가 있다면, 혹은 발견하고픈 틈새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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