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 고백

예능 피디 방학일기 #3

by 희제


연휴 직전, 워크샵으로 도쿄에 다녀왔습니다. 준비 위원회가 공들여 만든 프로그램을 한껏 즐기고 나니 마지막 날엔 자유시간이 주어졌어요. 맛있는 점심을 먹으러 신주쿠에 가는 무리가 있었고, 신발과 가방을 구매하러 긴자에 가는 쇼핑 팟이 있었고, 피규어를 보기 위해 아키하바라로 가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모임이 “이거 할래?” 라며 취향을 드러내는 사람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것 같았어요. 저는 계획을 묻는 질문에, 조용히 음악 듣고 싶은 카페가 있어서 다녀오려고요, 하고는 혼자 시부야 골목을 찾아갔습니다.


취향을 드러내는 일은 제법 멋진 일이지만, 꽤나 부끄러운 일이기도 해요. 흥미와 관심이 있는 건 맞지만 술술 말하고 설명할 수 있는 깊이는 아닌데. 내가 이걸 취향이라 말해도 괜찮은 건가? 주저하게 되거든요.


동료들과는 공항 면세점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선물용 과자를 둘러보던 중, 음식에 조예가 깊은 선배의 추천으로 앞다투어 뉴욕 치즈 과자를 구매했어요. 추석 디저트로 꺼내 두었더니 가족들도 역시 믿을만한 추천이라며,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취향 치즈.jpg 맛있는 뉴욕 치즈 과자


제가 너무 소심한 걸까요? 제 취향이 어떻든 좋아할 사람들은 기꺼이 좋아해 줄 거고, 사실 모두가 이 취향을 따를 필요도 없는 건데. 추천하면 누군가는 좋아하고 누군가는 신기해하며 자신의 취향도 보여줄 텐데. 괜한 걱정을 안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제가 다녀온 곳은 시부야의 메이쿄쿠 킷사 라이언(Meikyoku Kissa Lion)이라는 곳이에요. 100년 남짓 운영되고 있는 클래식 카페입니다.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운 스피커는 줄곧 오케스트라 음악을 틀어주고요, 한 방향으로 앉은 손님들은 조용히 음악을 감상합니다. 감상에 방해되는 행동은 금지되므로, 손님들의 대화나 소음은 없어요. 사진 촬영도 금지되는 곳이라, 조용히 일기나 편지 쓰기 좋습니다. 잠시 다른 세계로 다녀오길 원하는 분들은 한 번쯤 방문해 보세요!


어휴 무언가를 추천하는 것은 여전히 부끄러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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