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피디 방학일기 #8
저는 1인 미용실에 다닙니다. 실은 이제 막 두 번째 방문을 마쳤어요. 지인 추천으로 가본 곳인데 마음에 꼭 들어서, 3년 다니던 미용실을 단번에 바꾸었습니다.
미용사 선생님이 무척 과묵하시거든요. 하고 싶은 머리를 설명하면 묵묵히 들으신 후, 정성을 다해 머리를 매만져 주십니다. 꼭 필요한 말씀만 하시고요. 그렇지만 경쾌하면서도 포근한 배경음악이 공기를 가득 채워주기 때문에, 스몰토크가 부담스러운 내향인은 마음 편히 시간을 맡길 수 있습니다.
오늘은 커트에 펌을 추가해 보았어요. 시간이 좀 걸리는 작업이라 슬며시 폰을 들여다보려는 찰나, 미용사 선생님께서 심심하면 보라며 만화책을 몇 권 주셨습니다. 세상에 만화...? 잡지가 아닌 만화책이라니. 심지어 제목은 이 공간과 너무 잘 어울리잖아?
< 매일, 휴일 >은 도시 속 낭만 이야기입니다. 메가시티의 한가운데. 주인공들은 어느 할머니의 쓰러져가는 단독 주택을 물려받습니다. 이 만화는 우연히 그곳에서 살게 된 도쿄 청년들의 공존을 일자별로 그리고 있어요. 고민이 너무 없어서 문제인 사촌 오빠, 고민이 너무 많아서 문제인 사촌 동생이 서로에게서 삶에 대한 태도를 배우는데, 담백한 전개가 심심하기보다는 삼삼해서 참 좋습니다.
이런 대화가 있어요.
오빠는 왜 고민이 없어?
그냥 고민을 안 해. 어차피 고민해도 답이 안 나오니까.
하지만 저녁 메뉴는 열심히 고민하지. 그건 답이 나오는 문제니까.
맞더라고요. 어차피 고민해 봐야 달라지지 않는다면 지금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편이 훨씬 낫다는 걸, 사실 모르진 않습니다. 다른 쪽에 신경을 쓰다 보면 저절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도 알고요. 그런데도 평소엔 왜 그렇게 고민을 해대는 걸까요. 잠까지 줄여가며 괜히 새벽까지 고민하는 저의 모습이 스쳐 지나갑니다.
이런 말도 있어요.
화는 … 90초만 지나면 가라앉는다고 합니다.
이것도 맞더라고요. 사실 90초까지도 필요 없어요. 맞받아치기 직전에 열만 세면 사그라드는데 매번 그걸 못하죠. 그래서 또 투닥거리는 거고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대화를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머리가 다 되었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못다 읽은 책 사진을 찍었더니, 미용사 선생님이 “마음에 드셨나 봐요” 라며 웃으시네요. 다음 권을 보려면 어서 다시 머리를 하러 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