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피디 방학일기 #11
퀘벡 숙소 앞엔 식료품점이 있었습니다. 그럴듯한 입구 모습에 이끌려 들어갔더니, 파스타, 과자, 소스, 치즈, 음료, 메이플 시럽 등 온갖 식료품이 진열되어 있었어요. 이것저것 구경하다 보니 재밌더라고요. 처음 보는 재료들도 많고, 그것을 구매해 가는 사람들도 새로워서, 확실히 여행지에 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가격대는 무척 높지도 낮지도 않았어요. 우리나라로 치면 고급 편의점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크기는 편의점 두세 개를 합쳐놓은 정도였는데, 나이 지긋한 분들이 커피를 한 잔 내려가고, 직장인들이 출근길에 들러 아침거리를 사가는 모습을 보니 몇천 원 이내로 구매할 수 있는 삼각김밥이나 편의점 커피의 레벨보다는 위인 것 같아요.
이런 고급 편의점이 우리나라에서 잘 될까? 했더니 동행이 말했습니다. 안될 것 같다고. 잘 되는 아이템이면 이미 됐을 거라고. 우리나라는 어중간한 타겟을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다고. 저희 둘 다 잘 모르는 분야라 이런 대화만 남기고 식료품점을 빠져나왔지만, 확실히 한국은 “중간”을 “어중간함”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생각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타겟뿐 아니라 능력도 마찬가지예요. 애매한 능력의 저주라는 말도 있잖아요. 아주 잘해야 살아남는다는 어떠한 인식. 잘하지 않을 거면 시작도 말아야 한다는 생각. 이런 것들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날개를 펼쳐보려는 시도조차 못하는 것 같아요.
모두에겐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듯, 저마다의 능력이 있을 것이고, 그것이 꼭 100점이 아니더라도 만족하며 즐길 수 있을 텐데. 뭐 그런 생각을 하는 아침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