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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제 Jul 22. 2021

28일간의 휴가

두도막 컨텍스트 #1 프롤로그


28일간의 휴가를 얻었다.


직장인이 결코 쉽게 가질 수 없는 넉넉한 자유. 차곡차곡 채워 놓은 버킷리스트를 한 손에 쥐고는, 이 중 무얼 해야 후회하지 않을 것인지 한참을 생각했다.


매일 카페에 출근해보는 건 어떨까. 동네를 대표할 만한 카페를 다니며 카페 지도를 그리는 거야. 서울 외곽을 걸어보는 것도 좋겠지만 완주하기 전에 더위를 먹겠지? 그렇다면 시원하게 스킨스쿠버를 배워보는 건? 발성이나 보컬 트레이닝도 해보고 싶지만 코로나 시국이구나. 미래를 위해 외국어를 새롭게 시작하는 것도 괜찮은데... 눈에 보이는 결과물엔 역시 목공과 제빵이지.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휴가가 280일이어도 부족할 것만 같았다. 계획을 짜고 마음을 먹으면 28일이 훌쩍 지나 있을 것만 같은 무서운 예감. 결국 깔끔하게 가지치기를 하기로 했다.



28일간의 휴가 브런치


언제나 글을 쓰고 싶어 했던 나였다. 꾸준히 일기를 써 오긴 했지만 일기는 일기일 뿐이니까. 타인에게 보여주기엔 어쩐지 부끄러운 말들의 조합을 매일 밤 기록하면서, 언젠가는 꼭 당당한 브런치 작가가 되고 말리라, 수도 없이 했던 굳은 다짐이 생각났다. 시간 없다는 핑계도 더 이상 통하지 않을 테니, 이참에 매일 글 쓰는 루틴을 가져보면 어떨까. 복귀 후에도 쭉 가져갈 습관이 만들어진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다짐하고 나니 이번엔 내용이 문제다. 구독 중인 어느 작가님처럼 단편소설을 쓰긴 어렵겠지. 그렇다고 정보성 글을 쓰자니 딱히 전문성을 가진 취미는 또 없다. 28일간 꾸준히 발행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최대한 나 스스로의 모습에 가장 가까운 주제가 좋을 텐데.



6년차


이 휴가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봤다. 만 5년간 열심히 일해 주신 사우님께 드리는 장기근속 휴가. 푹 쉬며 충분한 인사이트를 얻고 돌아오라는 것이 회사의 취지인 걸 보니, 6년차가 한창 고민 많을 시기라는 것을 회사도 알긴 아는 모양이다. 대기업에선 가장 왕성하게 일하는 대리급, 스타트업에선 팀장을 달 수도 있는 연차이니 어디서나 환영받을 가능성이 높지만, 동시에 내 길에 변곡점을 찍을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레거시 미디어에 몸을 담고 있는 6년차는 더욱 두렵다. 내게 맞는 장르를 찾아 선택하기도 쉽지 않은데, 더 다양한 콘텐츠와 플랫폼들이 자꾸만 고개를 내민다. 심지어 이들은 두더지 게임처럼 나타났다 사라지곤 해서, 규칙 따위 없는 게임판을 멍하니 쳐다볼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시도 때도 없이 바뀌는 미디어 세상 속 중심 잡기란,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검은 바닷속에서 헤엄치는 것과 같을지도 모르겠다.


6년차가 할 법한 여러 고민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바로 이 생각들을 글에 녹여내면 어떨까. 이왕 브런치 글을 쓰기로 한 거, 고민을 좀 더 신나게, 본격적으로 해 보면 좋잖아.



하루 두 도막 - 아문자답 디문자답


TEXT - CONTEXT


내가 참 좋아하는 관계성이다. 한 텍스트 속에서 어떠한 컨텍스트를 찾아내는 작업. 한창 언론고시 준비할 때 하던 훈련인데, 제법 재미있었던 모양이다. 특정 소스에서 뽑아낸 나만의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일에 대한 고민들은 자연스레 묻어 나올 테지.


INPUT - OUTPUT


제작 일을 하며 언제나 삶의 중심에 놓아두는 법칙이다. 정직한 인풋이 있으면 재미있는 아웃풋이 나올 거라는 믿음. 하늘 아래 완전히 새로운 건 없다는 어느 선배의 말 이후로, 모든 외부 자극에 오감을 열려 노력하고 있다. 


이 인풋을 28일간의 브런치 글에선 두 가지로 나눠보려 한다. 첫 번째는 아날로그적 자극. 보이는 풍경, 만나는 사람, 새로운 경험, 먹는 음식과 머무는 공간, 그리고 여행 같은 것들이 여기에 속한다. 그 속에서 나만의 컨텍스트를 찾는 과정은 아문자답이라 하면 적당하지 않을까. 두 번째는 디지털적 자극. 디지털로 통칭하지만, 모든 콘텐츠를 가리키고자 한다. 각종 영상들은 물론 브런치 에세이들이나 책, 만화, 음악처럼 디지털 기기를 통해 소비 가능한 (그리고 제작자가 존재하는) 모든 것들 말이다. 자연스럽게 이 부분의 글 작업은 디문자답이 되겠고.


열심히 헤엄치는 아기 바다거북처럼 천천히


28일간의 모든 글은 아문자답 한 개와 디문자답 한 개로 이뤄질 것이다. 두 도막으로 나누어 하루하루를 정리하다 보면 28일이라는 시간 속에도 어떠한 맥락이라는 게 생기겠지. 당연히 승려가 깨달음을 얻듯 유레카를 외치리라 기대하진 않는다. 그저 아주아주 조그마한 클루라도 얻을 수 있길, 어쩌다 읽게 되는 누군가에게 잠시나마 편안한 시간을 선물할 수 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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