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104 화요일 - 묵직한 떠올림의 기록
인터폰이 울렸다. 다음날 재활용 차가 들어온다고 했다. 차를 좀 옮겨달라는 부탁이었다. 이미 갈아입은 옷을 다시 바꾸어 입고는, 대충 맨발에 운동화를 꿰어 신고 나갔다.
시동을 끈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어느새 겨울밤의 서리가 차창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따뜻한 열기가 살얼음을 녹여주길 기다리면서, 운전대를 잡은 채 꼭 오늘 같았던 옛날을 떠올렸다.
천식이 도져서 숨이 쉬어지지 않던 새벽. 다섯 살짜리 나를 아빠는 업고 엄마는 옆에서 토닥이며 갈색 엘란트라에 몸을 실었다. 내 기억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길로 병원에 들어간 나는 한동안 그곳을 빠져나오지 못했던 것 같다.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 밤이 오면 간이 침대에 누워있던 엄마는 어김없이 일어나 높다란 베개를 만들어 주었고, 아빠는 출근 전 꼭 내 얼굴을 보고 나갔다.
사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건 내 옆자리에 누워 있던 또래 친구다. 이름이 엄지여서 아직도 기억나는 친구. 병원에서 보낸 즐거운 시간 속엔 항상 엄지가 있어서, 종종 그 시절을 추억할 땐 그 친구만 떠올렸었다. 숨이 막혀오는 괴로운 시간을 함께하던 한밤중의 젊은 내 부모를 두고.
젊은 내 부모. 굳이 잘 떨어지지 않는 ‘님’ 자를 빼보면 지금 내 나이보다 한참 젊었을 두 분을 그 시절의 모습 그대로 바라볼 수 있을까. 과거의 그들을 온전히 타자화시켜 바라보는 것이 잠시나마 허락된다면, 젊은 날의 내 부모에게 기특하다는 말을 감히 전할 수도 있는걸까. 지난한 병원 생활을 견디는 유치원생 딸아이와 집에 홀로 남아 있을 어린 아들내미를 동시에 걱정하던 그들. 그러면서도 꿋꿋이 삶을 이어가던 1990년 언저리의 젊은 내 부모에게, 마음 속 저 깊은 곳으로부터 울컥 올라오는 감사와 사랑을 가득 담아 안기고 싶은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