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311 목요일 - 안온한 날의 기록
산책을 했다. 산책은 언제나 옳다. 나가지 말까 하는 생각이 들어도 기어코 발을 옮겨 나가면, 보이는 풍경들은 기어코 좋으니 말이다. 오늘은 후문을 통해 산을 올랐고, 조용하면서도 작업하기 좋아 보이는 카페와 물가의 산책로, 그리고 나무들이 우거진 작은 다리를 발견했다.
삼십 분이어도 좋으니 매일 걸어보기로 작정한 건 한 달 전의 일이다. 한 시간도 아닌 삼십 분으로 잡은 이유는 단순하다. 가장 가까운 전철역까지 걸으면 삼십 분 정도가 소요되니까, 운동복에 운동화를 갖춰 입고 애써 나가지 않아도, 어디 외출만 하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목표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단지 친구를 만나기 위해, 은행이나 병원 가는 길에 걸었을 뿐인데 목표를 이룬 느낌이 들다니. 여기까지도 성공적인데, 점점 걷기에 재미가 붙더니 집 근처를 구석구석 구경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발견한 길들은 참 재밌다. 재래시장에서 전이며 떡을 파는 설 풍경도 보았고, 멋들어진 아파트 단지의 공원도, 누가 매는지 모를 작은 텃밭과 그네가 매달린 놀이터도 보았다. 브런치를 먹으러 가고픈 카페와 널따란 호수공원을 산책 중에 발견하는 건, 지도에서 맛집 버튼을 눌러 별점 순으로 줄세우기 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경험이다. 토마토로 끊인 파스타와 시중에서 판매하는 토마토 소스를 넣은 것의 차이라고나 할까. 하여간 나만의 것을 찾은 듯한 기분이어서, 이사한 지 얼마 안 된 탓에 꽤나 낯설었던 동네가 점점 포근하게 느껴진다.
이래저래 오늘은 참 안온한 날이었다. 바람 한 점 없이 따뜻했던 봄. 정말 겨울은 이제 저 멀리 떠나버린 걸까. 혹시 몰라 꼭 챙겨 입던 겉옷도 벗어두고 다녀온 오늘처럼, 다음 주부터 다시 시작되는 나의 일도 아무쪼록 안온하기를.
@ 아이유 - Love Poem
누구를 위해 누군가
기도하고 있나 봐
너에게로 선명히 날아가
늦지 않게 자리에 닿기를
I'll be there 홀로 걷는 너의 뒤에
Singing till the end 그치지 않을 이 노래
아주 잠시만 귀 기울여 봐
유난히 긴 밤을 걷는 널 위해 부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