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기록

땡스 투 런데이

오랜만에 성공을 맛본 날의 기록

by 희제


드디어 런데이를 끝냈다. 초보자들도 줄곧 30분을 달릴 수 있게 만들어주는 유명한 달리기 훈련 어플 런데이. 내 기억이 맞다면 작년쯤 한바탕 런데이 열풍이 불었더랬다. 유행에 슬쩍 올라타 몇 번 달려보고 포기했던 기억은 왜 이리 명확한지 모르겠지만.



땡스 투 인스타그램



다시 시작한 런데이를 또다시 실패하긴 싫었다. 그럼 어떡해야 성공할 수 있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인스타그램 하이라이트에 내 훈련 상황을 올리기로 했다. "의지를 다지려면 동네방네 소문부터 내라" 는 말을 어디서 주워듣고 시작한 행동이었다. 팔로워들이 감시자처럼 느껴져서 목표한 일을 빠트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게 근거였지만, 역시 나란 존재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고작 주 3회로 짜여 있는 런데이 훈련을 빼먹는 용기와 나태라니.


하지만 이후 양상은 지난번과 사뭇 달랐다. 용기와 나태가 잠시 찾아왔지만, 금세 다시 훈련 모드로 복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무도 나의 달리기 기록을 기대하진 않겠지만 시작해놓고 끝을 맺지 않으면 지인들에게 부끄럽잖아. 결코 만날 때마다 해명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고 보면 SNS 를 통한 전시의 효용은 "언제고 다시 시작하도록 하는 것" 인 듯하다. 사실 한두 번쯤 무너지는 건 자연스럽잖아. 당장 몸이 힘들고 아프고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와르르 무너지는 게 우리의 의지이니까. 그냥 다시 시작하면 될 뿐이다. 그래서 강철처럼 하루하루의 목표량을 견디는 것보다, 몇 날 며칠 건너뛰더라도 다시 시작하는 쪽에 무게중심을 두었다. 결국 8주로 짜인 프로그램을 20주 만에 겨우 성공했지만... 기간이 길었던 만큼 희열의 크기는 더욱 컸을 거라고 믿는다.



땡스 투 풍경



여름에 시작하여 겨울의 초입에 끝냈으니 얼마나 다양한 풍경을 보았을까. 숲이라 할 만큼 울창했던 공원, 단풍이 물들어가던 뱃길, 하얀 입김이 나기 시작하는 학교 운동장까지. 달리다가 때로 걷기도 하며, 아주 느린 속도로 다가오는 풍경을 눈에 들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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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이 단풍이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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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이 물들어 베어질 때까지



여러 계절을 달려서 행복했던 것만큼이나 혼자 해냈다는 사실은 나를 무척 뿌듯하게 한다.


솔직히 말하면, 이십 대 초중반에 쌓아둔 체력으로 지금껏 살아온 것이 맞다. 일을 시작하며 운동을 끊다시피 했는데도 지금까지 버틴 걸 보면 말이다. 당시 운동 동아리를 한 덕분에 아침저녁으로 수영과 달리기 훈련을 했는데, 그건 전적으로 함께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가능했다.


일까지 하며 오직 혼자만의 의지로 달리기를 해야 했던 올 하반기. 한 시간을 내리 달리고 한 시간을 내리 수영하던 그때만큼의 강도는 아니었지만, 오직 나의 의지만으로, 졸업 이후 처음으로 운동에 성공한 셈이므로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다.



결국 땡스 투 미



이젠 혼자서 다른 프로젝트도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 시키는 사람 없는 운동. 오직 내 자유의지로 지키는 약속. 이것의 가치를 몸소 느꼈다는 것만으로도 올 한 해는 성공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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