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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제 Oct 22. 2023

팀 내 어깨 노릇

231012 언저리의 기록


출연자 미팅 시즌. 하루는 출연자 미팅이 두 건 있었다. 첫 번째 미팅은 선배가 들어오라고 하셔서 들어갔고, 두 번째 미팅은 그냥 들어갔다. 미리 내 눈으로 보고 직접 대화해 보는 것이 맞지. 촬영을 갈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던 때와는 움직임의 폭이 달라져야 하니까.


솔직히 미팅을 못 들어가던 때엔 조금 답답했다. 스탭 열몇 명이 우르르 들어가는 것도 출연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긴 하지만, 미팅 중 나오는 이야기들을 글로 정리하여 결국 공유하긴 하지만, 표정과 말투, 대화할 때의 분위기를 통해 그 인물이 가진 생각과 심성을 느끼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과 함께하게 될지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회의 시간에 내는 의견에 그대로 반영되고, 따라서 미팅에 들어갔던 사람과 들어가지 않았던 사람 사이엔 회의 참여도에서도 갭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회의실에도 미팅 실황을 중계하기로 했다. (사실 내가 보려고 건의한 건데 중계를 시작한 날 미팅을 들어가 버렸네...) 그러자 제작진 슬랙을 통해 회의실의 의견이 쉼 없이 들어왔고, 덕분에 미팅 자리의 사람들이 미처 생각지 못했던 질문들로 빈 틈을 채울 수 있었다.


이것 봐봐요 선배. 우리 피디들은 이렇게 관심이 많다니까요. 어떻게든 프로그램에 도움 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고요. 회의 시간에 의견이 활발히 나오지 않는 것 같아 걱정이라는 선배 고민도 이해가 되지만, 펼쳐놓고 얘기하는 자리에서는 의견을 내기 조심스러운 후배들 마음도 이해가 된다. 열다섯 명쯤 되는 인원은 촬영/편집 기간으로 따지면 너무 적지만 기획 기간으로 따지면 너무 많아서, 회의 중에 말을 마구 얹다가는 산으로 갈 수 있으니까. 방송이 아직 멀었다면 아무 말 대잔치를 하겠지만, 방송이 코앞이라 정제해야 하는 부분도 분명 있다. 그러니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으려면, 지금 우리에게 있는 소스를 적극적으로 공유해야 한다.


이런 회의 이슈뿐 아니라 다른 모든 일들을 보건대, 이 팀에서 나의 역할은 중간자가 맞는 듯하다. 보아하니 허리 연차를 넘어 어깨 연차쯤 된 것 같은데, 제대로 기능하지 않으면 머리와 몸통이 따로 놀 수 있으니 반드시 연결해줘야 하거든. 방송까지의 일정을 정리했을 때 받은 숨 막히는 느낌도 곱씹어 기억할 필요가 있다. 손발이 착착 맞아도 될까 말까 한 일정이라면 더더욱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할 테니까.


연출팀 회식. 아마도 마지막.


같은 날 있었던 연출팀 회식에선 단 한 명의 예외 없이 모두가 2차를 즐겼다. 처음이자 마지막 회식인 걸 모두가 알아서였을까? 코앞의 촬영/편집 기간이 되기 전에 조금이라도 공감대 형성을 하고 싶은 건 누구나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모두가 마음은 있으니 연결만 하면 되겠지. 나도 할 일을 확실히 알았으니 이제 행동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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