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건 영원이라는 단어뿐이라 생각하던 어느 오후, 창을 통해 잠시만 눈을 돌리면 지나가는 사람들처럼 정말로 영원한 것은 없는 걸까.
책상에 놓인 작은 유리컵 하나, 동그란 입구를 보며 숫자 0이 떠오른 건 우연일까, 아니면 내 마음이 미묘하게 그 숫자를 찾아내고 싶어 했을까?
0
숫자로 읽으면 영, 모양으로 읽으면 원 둘이 합쳐 시작과 끝이 어딘지 모르는 영원과 닮아있다.
모양 자체가 무한한 것과 닮아있다는 생각에 흠칫.
영은 무, 원은 무한함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곧 영원이라는 의미일까. 살아있는 것은 그래서 영원할 수 없는 걸까. 그렇다면 죽은 상태는 영원인가
-사랑 영원하지 않네, 늘 살아있으니까
-갑자기 무슨 소리야? 어리둥절한 친구의 표정
-결혼말이야. 서로가 영원할 수 없다는 걸 본능적으로 아니까,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마련해 둔 게 아닐까 싶어서.
이별이 영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다시 한번 흠칫.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 기억나지도 않는 수없이 많은 이별, 아끼던 옷의 마지막은 언제였지. 아버지랑 마지막으로 간 목욕탕은 언제였더라. 지나온 연인들과 같던 장소 다시는 같이 갈 수 없겠지.
모두 영원으로 남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