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있는 섬, 유인도

계속 가겠다고 결심한다. 다만 설아에게, 무너지지 않겠다고도.

by 유인도

https://brunch.co.kr/@yuindo/48


올해 1월 2일 제주도에 다녀와서 마지막 글을 썼으니, "감각의 비망록" 전체의 마지막 장이기도 했습니다. 뿌듯한 마음이 있었지만, 그것이 새로운 계기를 만드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계기를 생산하기보다 체계에 편승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해돋이 앞에서 다짐한 까닭입니다.

하지만 여러 해를 본의 아니게 투자한 글들을 외면하려던 때마다 한 선배의 말이 맴돌았습니다.

"무언가 결과를 낼 수 있다면 그건 가치 있겠지. 무엇이든 말야."

짜증나는 말이지만 틀린 것도 아니었으니, 시니브로 체제 순응의 결심으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끝이라는 것. 정의하기 나름이지만, 마음이 인정하는 끝에는 아직 다다르지 못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나는 또 헤매야 할까? 아니, 어쩌면 이번에도 헤매되 지난번과 다른 결과를 낼 수도 있잖아. 아직, 한 번만. 노래 제목처럼 '한 번만 더.'


때론 걸리는 사랑의 감기

MC 스나이퍼, 마법의 성, 2007.


출판사명 '유인도'는 "감각의 비망록" 2부 8장 '막전 막후'에서 생각한 이름입니다. 무인도의 반댓말이 있을까 싶던 것이 이렇게 되었습니다.


가없는 사랑의 바다. 해와 달, 살별과 산들바람. 망설이다 길 잃어도 윤슬만은 찬란하던 바닷가. 그곳에서 나는 좌초되었다. 설아를 두고 떠나며 이제 배는 가벼우리라, 북극만을 바라보리라 다짐했건만, 설아를 내버려 둔 섬은 그대로 바다를 벗어나고 나는 아직 대해를 헤맨다. 그 유인도가 바다 위에 떠 있지 않고 하늘에 잠겨 있었다는 것을, 그때는 알 수 없었다.

- "감각의 비망록." '작가주의 서약서' 8장 '막전 막후' 中


출판사를 등록하는 일 자체는 생각보다 간편했고, 연휴 직전에 신청했는데 공무원 분들을 잘 만났습니다. 절차에 관해, 이후 출판을 준비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많은 선배들이 이곳 브런치에 적어 두셨습니다. 이외에 개인적으로 김봉철 님의 “작은 나의 책”과 외국 작가의 “북디자인 101”을 즐겁게 읽었습니다. 곡절은 언제나 고독에서 옵니다. 몇몇이 함께하겠다 큰소리쳤다 사라지고, 일종의 상실감이 설립 초반을 지배하면서 솔직히 외로웠습니다. 하지만 이제 와 보니 그들이 소심하게 미안함을 내뱉게 된 것이 더 싫습니다. 너무나 소중한 사람들이라, 그렇지 않다면 상실감 따위에 흔들릴 일도 없었으니까.

부유하는 나를 기획실장이 한 번, 전략실장이 두 번 마음 다잡게 하고, 마침내 디자이너가 들어와 우리는 4인 체제가 되었습니다. 곧 9번의 퇴고가 끝난 3년의 소설 "감각의 비망록"을 내보내는바,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https://www.instagram.com/yuindopublis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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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을 사랑하여

무엇이라도 해낼 것 같았으므로

아직 당신을 사랑하여

무엇도 간직하지 못하겠습니다.


사람이 있는 섬, 유인도는 출판사입니다.

혼자만의 아픔을 서로 보듬으려다

그만 그 사랑 한 번 빚어보고자 마음먹은

고려대학교 학생 네 명의 결의입니다.

추억을 보관하는 도시를 만드는 꿈으로

우리는 다음 다섯 단어를 생각합니다.


모험, 동경, 다정, 믿음, 각인.


당신 하나를 품고

사랑한 길 계속 가겠습니다.


이렇게 우리를 소개했으되, 낱낱이 진심입니다.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내가 흔들릴 때 더 세게 흔들려준 일원들 덕분에 함께 왔습니다. 어쩌면 계속 가고 싶습니다. 부족한 나지만, 내가 믿고 있는 이들에 기대 당신께 돌려드려야 할 추억이 있습니다.

당신. 설아, 마리, 그리고 별빛이던 당신. 요새는 어떤 책을 읽습니까? 아직 라흐마니노프를 듣습니까? 나는 당신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쩌다 내내 생각했는지, 그렇다면 당신은 나를 생각했을지.

알게 된 듯도 싶은데.


그럼 6월 22일 텀블벅에서 뵙겠습니다.

시작하면 또 말씀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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