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 위, 차가운 짐승

by Nick

아내를 공항에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한참을 달리던 중 4차선 끝에 한 짐승이 누워있었다.

대부분 로드킬을 당한 짐승들은 사체가 훼손되고, 도로 중간쯤 놓여있다. 그런데 그 짐승은 우리 집 강아지들이 잠들 때 누워있는 모습과 흡사했다.


순간 지나쳤기에 무시하려 했지만 마음에 턱 하고 걸렸다. 혹시 생명줄이 남아있거나, 위험하게 누워있는 것이라면 해결해야 할 듯했다. 자동차를 돌려서 그쪽으로 향했다. 누워있는 뒷모습 뒤에 자동차를 주차했다. 조금은 긴장된 발걸음으로 저벅저벅 다가갔다. 가까이서 바라본 뒷모습에서 느껴지는 것은, 사고당한 채 누워있음에 대한 확신이다. 그리고 마음에 준비를 하고 다가갔다.


차라리 사체가 훼손되었다면, 얼굴을 찌푸리고 명복을 빌어주었을 것이다. 아픈 마음은 이내 사라질 것이다. 그런데 차가운 바닥에 누워있는 짐승은 훼손된 곳이 없었다. 그러나 죽음은 확실했다. 늑골에 미동이 없고, 호흡을 하는 근육의 쓰임이 보이지 않아서다. 그럼에도 죽음을 더욱 확고하게 확인하고 싶은 이유는, 짐승의 코에서 흐른 피, 그리고 슬픈 눈망울 때문이다.


아무래도 머리를 스치듯 부딪치고 쓰러진 모양이다. 차라리 심하게 부딪쳤다면, 눈이 감기듯 몸이 부서졌다면, 그런 눈망울 짓지 않지 않았을까. 짐승은 차디찬 아스팔트 위에서 서서히 식어갔다. 검은 코에서 흐른 피가 다리를 적실 때도 짐승은 살아있음을 느끼면서, 죽음을 느끼기 시작했을 것이다. 자신의 비참한 최후를 느꼈기에 그리 슬픈 눈망울을 감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다. 죽는 순간까지 왜 죽는지, 언제 죽는지 모르고 순간을 맞이했을 것이다.


아스팔트에 흐른 피가 굳지 않을 것을 보면 짐승의 인생 마지막은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님을 예상한다. 내가 조금 빨리 왔다면 짐승은 살 수 있었을까? 주인이 돌아다니지 못하도록 붙잡았다면 더 살 수 있었을까?


슬픈 눈망울을 잊지 못한다. 코에서 흐른 붉은 피의 깊이를 잊지 못한다. 어디서든 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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