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일상을 보내고 24시간 중 반 정도 흘러간 저녁이었다
썼던 글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왼쪽 귀는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고 있었다
눈은 글을 바라보고
귀는 음악을 바라봤다
순간, 눈 앞의 글은 사라졌다
9년 전 기억이 눈 앞에 나타났다 여름이었다
코 끝에서 여름 향이 느껴져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가슴이 아렸다 많이
고통의 아림보다는, 추억을 회상하는 아림이다
눈물이 핑 돌 것 같았다
옆에 사람이 없다면 마음껏 목 높아 울고 싶었다
슬픔, 고통에 대한 울음이 아니라,
추억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나 자신의 대견함 때문이다
9년 전 나는 그럴 수 없었다
9년 전 나의 9년 전의 눈과 귀는 고통만 가득했다
그냥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송아지처럼 살았다
그래서 울 수 없고,
그래서 웃을 수 없다
9년 후 나는 음악을 들으면서 계절을 느끼고,
감정의 벅참을 느낀다
그래서 울 수 있고,
그래서 웃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