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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ck Jan 20. 2023

독서와 필라테스가 비슷한 이유?


모임에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이런저런 책 이야기를 하다가 출판사 이야기가 나왔다. 책마다 다른 출판사가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한 분이 질문을 했다.


"작품의 출판사를 선정하는 기준이 있나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은 다른 출판사의 책을 한 권 더 구매하는 편이다. 번역가의 고유성에 따라 문맥의 느낌이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것도 책을 읽는 매력 중 하나이다. 그런데 다르게 이야기를 하면, 번역가마다 작품의 성격이 다르게 된다는 의미가 된다. 고전 작품이 시간이 지나면 저작권이 풀리게 된다. 그렇게 되면 여러 출판사들이 각자의 목적에 맞춰서 책을 출판한다. 자신들의 의도에 맞춰서 작품의 저자 동의 없이 내용을 요약하기도 하고, 형편없는 번역가와 계약을 맺어 작품의 문장이 전혀 다른 의도대로 흐르기도 한다. 


문제는 책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의 선택이다. 고전 작품을 선택할 경우 번역가, 출판사의 선택보다는 서점에서의 책 위치 혹은 책의 크기와 디자인이 선택의 연관성을 좌우한다. 그렇기에 다른 곳에 중점을 둔 형편없는 번역가와 영혼 없는 출판사를 만난 책을 읽는 행위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게 된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게 되면 그들은 고전 작품을 다시는 읽지 않게 된다. 


'역시 고전 문학은 재미없고 어렵기만 해. 도대체 이걸 왜 읽는 거야?'


이러한 현실은 생각보다 주변에서 많이 일어난다. 나도 겪었던 경험이다. 반대로 '정확함'을 소신으로 하는 번역가와 철학 있는 출판사의 책을 선택하면 독서의 관점이 달라지게 된다. 재미없던 작품이 다르게 느껴지는 경험이 충만해진다. 


'이중 번역이 된 작품을 읽다가 원전 번역이 된 작품을 읽었을 때 느껴지는 부드러움'

'한 단어에 대한 저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는데, 단번에 이해가 되었던 경험'

'글꼴, 글자 크기들도 독서의 많은 영향을 미쳤던 경우'


나는 꽤 산만한 편이라서 책을 단번에 읽는 경우가 흔하지 않다. 여러 가지 분야의 책을 골고루 읽는 편이라서 다양한 책을 많이 구매했기 때문에 출판 업계의 자본주의적 행위들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었던 것 같다.(물론 디자인을 보고 살 때도 있기 때문에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클래식 필라테스도 비슷하다. 


'형편없는 번역가와 영혼 없는 출판사'


이것은 형편없는 강사와 영혼 없는 스튜디오와 같이 맥락 된다. 처음 필라테스를 시작하는 사람은 정확한 가이드를 하는 강사와 철학이 가득한 스튜디오를 만나야 하는데, 세상에는 불필요한 거짓된 정보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독자와 회원은 비슷할 것이다. 그렇기에 스튜디오를 '선택'함에 있어서 가장 쉬운 방법은 광고 효과이다. 서점의 어느 위치에 책이 놓여 있는지에 따라 판매량이 차이가 나듯, 필라테스 스튜디오가 어느 위치에 선점했는지 따라 찾아오는 사람들의 수가 차이 나는 것처럼 말이다. 독서는 인간에게 많은 영향을 준다. 그들의 가치관을 뒤바꾸기도 하고, 전혀 알 수 없었던 세상에 대해 알려주기도 한다. 필라테스 시스템도 그렇다. 건강에 대한 혹은 인생의 가치관을 뒤바꾸기도 하고, 자신이 알지 못했던 운동에 대한 세상을 철저하게 알려준다. 그렇기에 처음 만나는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지뢰밭을 걸어 다니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알아보기도 하는데, 오히려 많은 조심스러움이 거짓된 정보 속으로 빠져들어가기도 한다. 


신기하게도 책과 운동, 독서와 필라테스는 너무나 비슷하다. 


'꾸준해야 한다'

'돈이 많이 든다'

'공간이 필요하다'

'사람의 움직임을 가볍지 않게 한다'

'그 사람의 시간이 느껴진다'




여름밤 내음이 흠뻑 나던 날이었다. 당시 나는 필라테스를 하지 않던 트레이너였다. 서재에 들어온 아내는 나에게 필라테스 책을 읽어보라 권유했다. 


"근데 내가 필라테스 강사도 아닌데 이걸 왜 읽어야 돼?"

"한 번만 읽어봐. 책 읽는 거 좋아하잖아."

"필라테스 책이라며? 다른 책 읽을 시간도 없는데 굳이.."

"그래도 읽어 봐 응?"

"알았어 읽어 볼게."


그때는 지금과 다르게 고집이 세서 말을 잘 듣지 않았다. 그나마 아내의 말은 듣는 편이라서 몇 번 권유하는 책을 손에 집어서 읽게 되었다. 이틀 만에 책을 다 읽고 필라테스에 대한 궁금증이 솟구쳤다. 당시의 기억은 또렷하다. 그리고 그때의 경험은 앞으로 다가올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기존의 운동을 뒤로하고 클래식 필라테스의 길로 가게 된 것이다.


제대로 된 책을 권유했던 아내의 선택과 이때껏 행해왔던 독서 습관이 만나게 되면서, 철학적인 선생님들과 영혼 가득한 스튜디오를 찾아갈 수 있게 되었다. 이후 필라테스가 나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위가 되었다. 그런데 지금의 선생님들과 스튜디오가 아니었다면 나는 절대 클래식 필라테스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나의 고유성을 존중해 주었고, 자유로움을 속박하지 않은 채 나를 성장케 했다. 그렇다면 나는 필라테스를 할 수 있는 사람이었던 게 분명하다. 그런데 만약,


'내가 독서 습관이 없었다면?'

'아내가 제대로 된 필라테스를 하지 않았다면?'

'책을 읽고도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없었다면?'


그랬다면 오늘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형편없는 번역가와 영혼 없는 출판사들에게 혹은 형편없는 강사와 영혼 없는 스튜디오들에게, 그들에게 책과 필라테스에 대한 거짓된 경험만 남게 되고 다시는 필라테스를 경험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꾸준한 독서를 행한 사람은 다른 분야의 부풀어진 정보를 알아볼 수 있는 시각이 조금은 있을 것이라 감히 생각한다. 더 나아가 정신과 육체를 조화롭게 만들어주는 클래식 필라테스를 경험하는 사람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달라질 것이다. 현재의 세상에서 바라보는 필라테스는 거짓된 정보가 진실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유퀴즈에 출연한 배우 김혜자 님은 배우가 되겠다던 자신의 생각을 아버지는 응원해 주셨다고 말했다. 그리고 찰리 채플린의 영향력과 함께 책을 많이 읽어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독서는 어느 분야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내린다. 다른 분야의 고유성을 훼손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신적인 가치를 더욱 높게 해준다. 오랫동안 독서를 했던 습관 덕분에 인생을 뒤바꾼 나의 클래식 필라테스처럼 말이다. 



레슨 받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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