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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ck Jun 01. 2023

부부 필라테스 강사가 레슨을 받는 이유


클래식 필라테스 강사를 직업으로 하는 저희 부부는 일주일에 한 번씩 서울을 다녀옵니다. 저희 부부는 배움을 멈추지 않습니다. 단순하게 강의를 들으러 가는 것이 아니라 클래식 필라테스 스튜디오에서 강사로서 필라테스 시스템을 움직이며 경험합니다. 필라테스 강사는 책상에 앉아서 책을 읽으면서 실력을 쌓아가지 않습니다. 당연하게도 움직임은 움직임의 경험 속에서 성장합니다.


아침 서울을 다녀오면 부산에 있는 제 스튜디오에 도착하면 저녁 7시가 됩니다. 첫 번째 레슨을 하시는 분은 언제나 같은 분이십니다. 가끔씩 회원님은 물어보십니다.


"선생님 오늘도 서울 다녀오셨나요?"

"네 회원님! 당연히 다녀왔죠."

"정말 대단하시네요. 아직도 서울에 배우러 가시다니."

"회원님들이 이렇게 열심히 성장하시는데 저희가 가만히 있으면 안 되죠. 열심히 해야 합니다."


당연한 사실입니다. 운동은 어느 수준이 되면 정체될 수밖에 없습니다. 조셉 필라테스가 창안한 컨트롤로지 시스템(필라테스의 실제 운동 명칭)은 오랫동안 반복해도 언제나 힘들고, 다른 가능성을 열어둡니다. 그렇기에 홀로 움직이기도 하지만 일주일에 최소 한 번씩은 저희들의 움직임을 점검받아야 합니다. 이것이 오랫동안 쌓이게 되면 강사는 정체되지 않습니다.


어쩌면 끝이 없는 선택일 것입니다. 조셉이 40년을 넘게 연구한 운동법이기 때문입니다. 저희 스튜디오의 회원님들은 오랫동안 저희 부부들과 함께하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강사가 더 나은 움직임을 위해 레슨을 받는다는 것이 익숙한 일입니다. 그런데 가끔 처음 레슨을 시작하시는 분들은 이해되지 않은 표정, 의심의 눈빛으로 질문을 던집니다. 


'운동을 잘하실 텐데 왜 레슨을 받으세요?'

'강사가 레슨을 받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강사는 일정 수준이 되어야 강사가 될 것인데, 왜 아직도 배우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런데 다르게 생각해 보면 다른 영역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피아니스트, 무용가 등 여러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은 더 나은 움직임, 더 나은 성장을 위해서 자신의 분야에서 레슨을 받습니다. 현재를 만족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재를 만족하는 순간, 필라테스 강사는 정체됩니다. 또한 정체된 강사에게 레슨을 받는 회원은 더 이상 성장할 수 없습니다. 강사의 한계 속에서 회원이 머물기 때문입니다. 타인의 움직임을 가이드 하는 필라테스 강사는, 스스로 가이드 받는 경험을 지속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자기 객관성이 생기게 되고 타인을 가이드 할 때 더욱 자신을 객관화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매우 성실한 소설가로 유명합니다. 그는 장편소설을 시작하면 새벽에 일어나 다섯 시간에서 여섯 시간을 글을 쓴다고 합니다. 하루에 200매 원고지 20장을 무슨 일이 있어서 완성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한 달에 600매, 반년이면 3600매가 됩니다. 그의 장편 소설 '해변의 카프카' 초고가 3600매였다고 합니다. 오후가 되면 낮잠을 자거나 음악을 듣거나 방해되지 않는 책을 읽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운동 부족을 피하기 위해서 하루 1시간은 수영이나 달리기를 해왔다고 말합니다. 누군가 매일 달리기하는 것이 힘들지 않냐고 했을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내가 보기에는 날마다 지하철을 타고 회사에 출근하는 일반 샐러리맨이 체력적으로는 훨씬 대단합니다.'


필라테스 강사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 저는,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성실해야 합니다. 매일 몸을 움직여야 하고, 올바르게 움직이는지 점검받아야 합니다. 소설가가 한편의 장편 소설을 써 내려가듯이, 저는 필라테스 움직임의 성장을 장편으로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그것은 강사로서 당연한 일입니다. 그리고 저희들을 열심히 운동하고 저희들을 찾아주시는 회원님들에게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주변에서는 응원을 해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때로는 걱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분들도 계십니다. 


'언제까지 배우기만 할 거야?'

'사업은 도대체 언제 키울 거야?'


사업성을 목적으로만 두게 되면 서울을 다니는 행위를 그만둬야 합니다. 월, 연간 지출이 상당하고 기회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저희 부부는 한 가지 선택을 한 것입니다. 큰 사업성으로 뛰어들려면 강사로서의 가치보다 사업가로서의 가치를 높여야 합니다. 그렇기에 저희만의 색이 짙은 강사로서 가치를 올리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어느 위치에 선점할 것인지, 사업성이 뛰어난 아이템을 도입할 것인지'




저희들은 강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저희들의 몸을 더 알아가고 싶고, 타인의 몸을 더 좋은 방향으로 가이드 하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사업가로서의 가치는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시대는 어중간한 포지션에 위치하게 되면 자기 색이 옅게 되고, 고객의 신뢰를 얻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부부가 받는 레슨 비용은 다른 스튜디오에 비해서 적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강사로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어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회원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저희들에게 과감한 투자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저희 부부의 철학을 알아주시는 소수 회원님들이 계시기에 이러한 생각을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코로나가 심했던 시절에도 저희 스튜디오는 비교적 덜 어려웠습니다. 어떤 상황에도 운동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은 회원님들이 계셨기 때문입니다. 


저희 부부는 미래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저희들만의 꿈꾸는 스튜디오 모습이 있습니다. 그것을 증명해 주는 소수의 회원님들이 계시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습니다. 꾸준하고 성실하게 성장할 것입니다. 우리들만의 색이 더욱 짙게 되었을 때, 세상은 대가를 줄 것이라 굳게 믿습니다. 


세계적인 기업을 이루어낸 기업가 마윈은 '가난한 사람과 친하게 지내지 마라' 이렇게 말했습니다. 물론 그가 말하는 가난이란 금전적인 부분이 아닙니다. 


'생각은 대학교수만큼 하지만 행동하지 않는 사람'

'조언에 대해서 실패할 수 있는 이유만 말하는 사람'

'성장하지 않고 정체되어 있는 사람'


이런 가난한 사람들과 친해지면 안 된다고 합니다. 당연하게도 그들의 생각은 성공보다 실패가 많고, 도전보다는 고민이 앞서기 때문이죠. 오히려 곁에 있게 되면 자신의 에너지조차 다운될 것이 분명합니다. 도전에는 언제나 위험이 따릅니다. 성장에는 고통이 뒤따릅니다. 


'고통스럽지 않고 위험하지 않다면, 과연 그것이 도전의 가치가 있을까요?'


스스로만이 쟁취할 수 있는 것만이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아내와 저는 클래식 필라테스 강사로서 타인과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자신만의 색을 짙게 만들어나가는 도전입니다. 이면에는 수없는 고통과 좌절에 시달렸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움직였습니다. 서로를 위로하고 용기를 건넸습니다. 아마도 혼자였다면 불가능한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각자 불완전했던 정신이 둘이 만났을 때 완전한 정신으로 완성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오늘도 도전적인 움직임을 경험할 것입니다. 완전에 가까운 우리들의 짙은 색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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