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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 Oct 30. 2020

느린 애들 중에서 제일 빠른 아이.

하늘연달, 아흐레

* 어느새 하늘 연 달이 되었다.


양배추와 함께 달팽이가 왔다.

잠시만 집에 둔다는 게 일주일이 넘어버렸다.

그렇게 매일 달팽이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양배추, 상추, 케일 등 매일 매일 갈아줬는데,

케일을 제일 좋아하는 아이였다.

먹을 때 조용히 귀를 기울이면,

사각사각 소리가 들렸다.


시계소리보다 더 작은 소리를 내며,

열심히 먹는 모습이

너무 예뻤다.


사각사각사각.

사각사각.

사각.


그리고, 움직이는 속도가 빠른 아이였다.

달팽이도 일반적으로 느리다고 알려져있지만,

각각 조금씩 다른 특성이 있을테니.

어쩌면 느리다는 건, 인간이 만들어낸 편견이 아닐까 싶었다.


자고 일어나서 달팽이의 안부를 묻는게

나의 일상이 되어버렸을 즈음,

만들어준 집에서 달팽이가 사라져서

적잖이 놀랐던 날이 있었다.


다행히 집 옆 액자 뒤에서 딱 붙어

자고 있는 달팽이를 발견했지만,

내가 만들어준 집이 많이 답답했구나 하는 생각에

미안해졌다.


그래서 다음날

나는 달팽이와 짧은 인사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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