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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 Mar 10. 2024

진퇴양난, 그리고 사면초가.

2024-03-10, pm 8:25

가만히 앉아있으면, 머리가 펑하고 터져버릴 것만 같아서 무작정 밖으로 나갔다.


눈으로는 떨어지는 해가 남긴 노오란 흔적을 담고,

귀로는 짹짹 새가 남기는 소리의 흔적 담으며,

두 볼으로는 날카롭고 시린 공기의 흔적을 느꼈다.


잠시나마 복잡한 머릿 속을 비울 수 있어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얼마 안 되어 다시 엉켜버린 머릿 속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짧은 행복을 느꼈다는 것에 만족하며.


한참을 여기 저기 정처 없이 돌던 중

내일이 출근이라는 사실이 순간 스쳐가며

또 갑자기 빼꼼 인사를 하는 짜증이에게. 

근원을 물었다.


너는 왜 나에게 또 찾아왔느냐고.

어디서 온 거냐고.


'머물러 있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고 벗어나지도 못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 마음에서 왔지. 너도 알잖아?'


'감정이 태도가 되면 안 된댔어. 그러니 조용히 짜그러져 있어.' 

라고 온 힘을 다해 눌러버리고. 

그렇게 시린 밤의 산책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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