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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찻잔 Nov 05. 2022

초보의 심도깊은 노하우

열정에 전문가 없잖아?

언제부턴가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멋들어진 발레복을 입고 취한 포즈 사진으로 바꿔두었다.

평소 카카오톡 친구 명단은 50명 이내로 한정 짓는 인생을 살고 있기에 대부분 내가 발레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발레 사진이 민망한 적은 없었고 대화도 자연스레 보기 드문 취미인 발레로 이어질 때가 많았다. 


최근 새로운 브랜딩 모임을 시작했고 얼마 전 오프라인 모임이 있었다. 

앞에 앉은 '현'님이 아이스 브레이킹 차 이야기를 걸어왔다. 

그런데 난 오히려 아이스!! 


"저 발레 하시는 사진, 카톡에서 봤어요. 엄청 잘하시는 것 같아요."


앗.... 아!!

우리 모임은 카톡에 공지를 한다. 스무 명이 넘는 카톡방에서 난 대답을 하고, 의견을 내고, 질문을 했다. 친구 목록의 숫자는 그대로였지만, 20명의 사람에게 카톡 프사가 노출된 것. 카톡은 쌍방이란 걸 왜 이걸 잊고 있었나 몰라. 


좋은 의도로 해 주신 말이라 민망함은 물티슈로 손과 함께 닦아내고 대답한다. 

"아, 네. 배운 지 7개월 정도 됐어요.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 잘하진 못하고 대신 좋아하긴 해요"

"저도 시작한 지 2달 됐거든요."

그러자 옆에 앉은 '미'님이 "저도 3개월 하다가 그만뒀어요"


이야기를 듣던 대각선에 앉은 '용'님이 "와, 다들 발레를 배우신다고요?"

4명 3명이 발레를 한다니. 


배운 지 2개월, 3개월, 7개월 차인 우리는 경험이 없는 용님과 함께 발레에 대한 심도 있는 이야기들을 나눴다. 비록 경험이 짧은 우리였지만 굳이 내 돈과 시간을 들여 내 몸을 고달프게 하는 행위를 하는 이유를 설명할 때는 10년 차 발레리나 못지않은 열정 가득을 품고 있었다. 


그중 7개월로 가장 경력이 많았던 나는  일명 발레 권태기라는 발태기 극복법이나 레오타드를 입었을 때의 장점 등을 마치 회사에 신입사원이 들어왔을 때 이것저것 설명하는 선배처럼 노하우 전수하듯 이야기하고 있었다. 신나서 이야기하긴 했으나 고작 7개월 배운 것이 민망했기에 시작에는 '저도 초보라 아직 뭘 모르지만'이라는 단서를 붙이면서. 


그런데 초보와 전문가는 누가 결정하지? 

얼마나 배워야 전문가지? 

취미인데 꼭 전문가 돼야 해?

그런데, 열정에전문가가 없잖아? 

 

블로그에는 발레 학원을 간 첫날의 기록부터 레오타드 고르는 법, 발레 슈즈 사이즈 등 비교적 방법이나 기본 사항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 중이다. 그리고 어느 날 학원쌤이 내 블로그를 보고 오는 수강생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전해줬다. 나 역시 학원을 선택하기 전 블로그를 찾아본 적이 있었고, 그런 마음에 적은 글들이 다른 분들께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에 뿌듯하고 신났더랬다. 초보 마음은 초보가 안다고, 우리끼리 잘 통하면 되지 뭐!


발레를 배운다는 것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내 실력에는 큰 관심이 없다. 아직까지 요가나 필라테스처럼 대중화된 운동이 아닌 새로운 문물에 대한 관심일 뿐. 그런데 괜히 잘하지 못하면 말도 하면 안 될 것 같고, 초보자인 내가 말하면 코끼리 뒷다리 잡는 것 같아서 주눅 아닌 주눅이 들었나 보다. 



발레를 하면 발레리나지. 배우는 사람인지, 가르치는 사람인지 뭐 중요해

앞으로는 좀 더 당당히 나는 쪼랩 발레리나요!! 라고 외치고 다녀야겠다.

취미 발레의 대중화를 위해!!

더 많은 발레메이트를 만나기 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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