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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의미공학자 Sep 01. 2016

#58. 여행 : 걷는 즐거움 :)

여행에서의 발견


배낭여행에서 각각의 하루 중 가장 많이 하는 활동은 걷기이다. 나는 걷는 걸 좋아한다. 걸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걸으며 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감상하고 사람들을 바라보고 내 몸의 움직임을 느껴보는 것을 좋아한다. 걷는 것 자체에 집중하면 잡념이 사라지기도 한다. 그냥 걷는 것 자체에 몸을 맡길 때 마치 명상과도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 특히 이번 여행에서와 같이 장기간 여행을 하는 경우, 또한 빡빡하게 세운 일정이 없는 자유로운 여행에서는 그 재미가 더 크다. 그냥 걷는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걷기도 하고 그러다가 어떤 생각이 들어오면 그 생각에 골똘하게 빠져보기도 한다. 다시 그 생각이 나가면 멍하니 걷다가 또다시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이기도 한다.      


이번 배낭여행에서 아마 하루 평균 두 시간씩은 걸은 것 같다. 도시의 곳곳을 구경하러 다니기 위해, 맛있는 음식을 찾기 위해,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걷고 또 걸었다. 물집이 한 번 잡히긴 했지만 그 후로는 괜찮다. 푹신한 나의 러닝화 덕분이다. 멋 부리지 않고 기능만 보고 가져온 오래된 나의 러닝화가 참 대견하다. 그리고 고맙다.           





하루 평균 두 시간씩 한 달간 걸으면 어떻게 될까? 발 관리는 잘해서 문제가 없다고 치자. 그럼 또 어떤 문제가 생긴다는 말인가. 문제가 아니라 좋은 점이 생긴다. 몸이 더 건강해진 느낌이 든다. 사실 여행 초반에는 하루에 세 시간씩 걷는 강행군으로 무릎도 아프고 피곤이 몰려오기도 했다. 하지만 적응이 되면 오히려 몸이 건강해진 느낌을 받는다. 나에게는 지금이 그렇다. 허리가 좋지 않은 경우에 걷기가 가장 좋은 운동이라고 한다. 그것도 평지를 걸을 때가 좋다. 허리를 받쳐주고 있는 척추기립근을 포함해서 골반과 다리 전체를 골고루 움직여주기 때문이다. 회사에 다닐 때 좋지 않은 자세로 나빠졌던 허리 건강이 이번에 해소된 느낌이 든다. 예전보다는 계속해서 좋아졌는데 이번에는 골반 전체에 있던 뻐근한 느낌이 없어졌다. 그러고 보면 평소에 얼마나 덜 걷고 운동이 부족했는지 새삼 반성하게 된다. 걷기를 좋아한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면서도 걷기를 충분히 즐기지 않았던 것 같다.      


여행에서 걸을 때 행복감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걸으며 눈이 느끼고 몸이 느끼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스스로 걷는 속도를 조절하는 느낌이다. 책 <여행하는 인간>의 저자 정신과 전문의 문요한 씨는 말한다. 스스로 걷는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내가 시간을 조절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라고. 그것이 행복감을 준다고 나는 생각한다. 걷는 것은 휴식이 아니지만 휴식과 같이 행복감을 주고 치유의 감정을 느끼게 해준다. 스스로 걷는 속도를 조절하며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 싶은 풍경을 감상하고 사람들을 바라보기도 한다. 쉬고 싶으면 앉아서 쉬고 멍하니 풍경을 바라보기도 한다. 이것이 진정한 휴식의 의미이다.


문요한 씨는 진정한 휴식은 여유 시간이 많을 때가 아니라 시간에 대한 주도권을 되찾을 때 찾온다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걸을 때 스스로 조절하는 여러 가지 활동이 여행의 주인이 나라는 자각을 하게 한다. 이것이 시간에 대한 주도권을 느끼게 해 주고 여행에서의 행복감을 준다. 마찬가지로 인생이라는 여행에서도 시간이 많을 때가 아니라 시간에 대한 주도권을 가질 때의 기쁨을 느낀다는 것을 다시 상기하게 된다.





우리의 내면의 가능성은 무한하듯이 우리의 몸도 충분히 잘 회복할 수 있음에도 우리의 제한된 의식이 몸까지 그렇게 만들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나는 아직 충분히 젊고 내 몸도 충분히 회복하고 건강해질 수 있다는 점을 다시 깨달았다. 운동을 규칙적으로 해야겠다. 여행을 통해 건강까지 얻은 기분이다. 하루 두 시간 걷기의 효능이 여행 한 달이 지나자 나타난다. 몸이 가볍고 움직이기 편하다. 몸무게가 빠진 건 아닌지 궁금해서 한 숙소에서 몸무게를 쟀다. 그대로였다. 그렇다면 몸이 유연하게 됐다는 뜻이다. 여행을 통해 나는 또 하나의 선물을 받는다.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실천하지 않았던 혹은 내 생각이 가로막고 있던 것을 내가 풀어냈다. 결국 내가 해낸 것이지만 그 실마리를 여행이 줬다. 그렇게 여행은 나의 인생에 선물을 준다. 오늘도 밖으로 나가 양손을 앞뒤로 흔들며 힘차게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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