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건너 크로아티아에서 이탈리아로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에서 이탈리아 바리로 향하는 배를 타기 위해 항구에 도착했다. 이탈리아로 가는 많은 관광객들이 보인다. 여권을 보니 현지인이 훨씬 많았다. 입항해 있는 거대한 페리가 보인다. 나와 함께 아드리아 해를 횡단할 친구다. 최소 5,000톤 급 이상 될 것 같다. 사실 이탈리아는 이번 여행에서 계획에 없었다. 베네치아를 가고 싶었는데 배로 가는 길이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런데 크로아티아에서 가는 배편을 알게 돼서 여행 경로를 바꿨다. 크로아티아의 다른 도시에 가는 계획을 없애고 두브로브니크만 만끽했다. 배낭여행은 이런 재미도 있다. 언제든 계획을 변경하기도 한다. 꼭 정해진 길로만 가지 않아도 된다.
큰 배낭을 등에 메고 매우 큰 배에 오른다. 여권 검사를 마치고 배에 오르는데 절차가 그다지 까다롭지 않다. 승무원들의 안내를 받아 Deck로 간다. 함께 이동하는 여행객들의 목소리에서 기대감과 흥분이 느껴진다. 배를 타고 아드리아 해를 건너 다른 나라에 가는 기분을 함께 한다. 날씨가 흐려서 조금 아쉽지만 이탈리아로 가는 길에 분명 날씨가 바뀔 것으로 기대해 본다.
이탈리아 바리까지는 7시간 반이 걸린다. 내가 예약한 좌석은 Deck이다. 선실은 두 배정도 비싸다. 12시에 타서 오후 7시 반에 도착하니 Deck면 충분하다. 일찍 배에 오른 덕분에 괜찮은 자리를 잡았다. Deck자리는 바닥에 부착된 테이블과 의자 또는 페리 안의 레스토랑 같은 곳에 앉아도 된다. 레스토랑 또는 Bar에 있는 자리를 보자 잠시 탐이 났지만 이내 내 자리가 더 좋다고 생각을 바꾼다. 거긴 너무 시끄럽다. 조용하게 아드리아 해를 감상할 수 있는 내 자리가 좋다.
옆 테이블의 일본인 여행객에게 인사를 건넸다. 타케라는 이 친구는 일본 자동차 회사에서 일하는데 지금은 캐나다에 해외 파견을 나가 있다고 했다. 여름휴가를 맞아 크로아티아와 이탈리아를 여행한단다. 그는 여름휴가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아 빨리 돌아야 한다고 내게 말했다. 캐나다에서의 일은 어떤지, 일본에서와 캐나다에서의 스시 맛이 어떤지 등 소소한 궁금증들을 나는 그에게 풀어냈다. 오랜만에 만난 아시아인이 반갑다. 두브브니크에서는 호스텔에 묵었는데 아시아인이 나뿐이었다.
아직 출항까지는 30분 정도 남았다. 나는 일어나서 배를 둘러 봤다. 해군에서 배를 탔고 함정근무가 녹록지 않았음에도 나는 배가 좋고 바다가 좋다. 고생한 만큼 기억에 많이 남듯이 나에게 배가 그런 것 같다. 힘들었던 추억을 살며시 웃으며 떠올리는 행복이 있다. 추억의 아름다움을 나는 선물 받는다. 함정근무할 당시 내가 맡은 일은 소방 및 화생방 관련 훈련과 시설 관리, 함정 내 모든 파이프를 유지, 보수하는 일이었다. 파이프는 화장실의 변기 파이프도 포함했기 때문에 배에서 변기가 막히면 나는 늘 부름을 받았다. 오물도 여러 번 뒤집어쓰고 물과의 전쟁도 여러 번 치렀다. 페인트칠을 하고 식판을 닦은 일, 각종 작업원 차출 등의 자잘한 일들도 떠오른다. 나는 운 좋게도 배를 타고 13개 나라를 가 보는 값진 경험을 했다. 아마 그런 행운이 있었기에 힘들었던 일들도 더 아름다운 추억으로 나에게 보상이 되는 것 같다.
아드리아 해는 어떨까. 광활한 바다가 호수같이 펼쳐질까, 아니면 높은 파도와 함께 그 위용을 드러낼까. 아드리아라는 부드러운 이름만으로 보면 호수같이 잔잔한 바다를 보여줄 것만 같다. 내가 태평양에 나갔을 때는 정말 호수보다 고요한 바다도 있었다. 그곳에서 바라본 석양은 잊을 수 없다. 온통 바다밖에 없고 오로지 지는 해와 배위의 나뿐이었다. 아드리아 해를 횡단하는 시간은 일출도 일몰도 아닌 시간이지만 아드리아 해를 건넌다는 것만으로도 설렌다.
드디어 출항이다. 나는 함미로 나가 멀어지는 두브로브니크를 바라봤다. 스크류가 힘차게 바다를 가르며 배를 전진하게 한다. 함미에서는 익숙한 출항의 모습이 펼쳐진다. 내가 탄 배보다 훨씬 큰 크루즈도 보인다. 여행객들이 함께 출항의 설렘을 나눈다. 여기저기에서 웃음소리가 들린다. Deck에는 그냥 바닥에 앉은 사람들이 많아졌다. 배가 고파진 나는 배에 오르기 전 사둔 샌드위치를 우적우적 씹는다. 아침에도 빵을 먹었지만 이젠 익숙해졌다.
배는 천천히 드넓은 아드리아 해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협수로를 지나면 배는 더 힘차게 아드리아 해를 가를 것이다. 아드리아 해는 이탈리아와 크로아티아 사이에 있는 바다로 그 아래에는 이오니아 해가 있고 그 아래로는 지중해가 이어진다. 아드리아 해는 평온했다. 그러면서도 거대한 물의 움직임을 지니고 있다. 엄청나게 큰 질량의 묶음이 조화롭고도 힘차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청명하게 맑은 파란 바다를 드라내며 우리 뱃길을 안내했다. 넘실넘실 파도는 은은하니 좋았고 흐렸던 날씨도 다시 맑아져 바다 색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아드리아 해(Adriatic Sea)]
지중해 북부 이탈리아반도와 발칸반도 사이에 있는 좁고 긴 해역
아드리아 해는 고대(古代) 이래 북부 유럽과 남부 유럽을 연결하는 유럽의 동부 루트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아드리아해는 제4회 십자군 원정의 통로로 이용되었으며 그 후 북안에 있는 도시국가 베네치아가 이 지역의 중심지로서 번영했다. 근대에 이르러서는 이탈리아와 아드리아해 연안에 있는 여러 나라가 리예카나 그 밖의 토지영유권을 둘러싸고 싸움이 잦았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리예카는 유고슬라비아에 편입되었고, 북부의 트리에스테항(港)을 포함하는 지역은 이탈리아령(領)으로 결정되었다.
아드리아해의 명칭은 일찍이 포강(江) 하구에 위치하여 번영하였던 도시 아드리아에서 유래되나 현재의 아드리아는 23km 내륙에 있는 평범한 도시로 변했다. 연안 일대에는 그리스인(人) 식민활동의 유적을 비롯해서, 중세 그리스도교 문화의 중심으로서 대교구청이 많다. 또한 자유항인 트리에스테를 비롯해서 베네치아 ·리예카 ·안코나 ·풀라 ·바리 ·타란토 ·볼로냐 ·스플리트 ·두러스 등의 항구가 있다. 지중해성 기후여서 여름에는 해수욕장, 겨울에는 피한지를 찾는 많은 관광객이 모여든다.
* 출처: 두산백과
외부 갑판으로 나가봐야겠다. 바다를 함께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바다를 감상하며 여행하는 것은 참 낭만적인 것 같다. '같은 배'를 탔다는 공동체 의식이 자연스럽게 부여되고 동시에 드넓은 바다와 같이 내 마음이 넓어지는 것만 같다. 이를 함께 나누는 건 낭만이다.
함수로 가봐야겠다. 바다를 가장 먼저 가로지르는 그곳 말이다. 바다를 바라보며 걸터앉아 바다를 한참 바라본다. 이제는 어딜 둘러봐도 바다다. 저 멀리 보이는 것도 바다고, 고개를 좌우로 돌려봐도 바다다. 바다를 바라보는 이들의 모습도 아름답다. 햇빛이 바다에 부딪히고 반사되어 다시 사람을 비춘다. 마치 내가 직접 배를 몰고 있는 듯하다. 아드리아 해는 천천히 그리고 편안하게 우리를 안내했다.
아드리아 해의 색의 맑은 파란색이다. 진하지 않으면서도 속을 드러내는 시원한 파란색이다. 맑은 파란색은 그것들과 부딪히거나 배에 부서져 새하얗게 변한다. 그리고는 하늘색으로 변하고 다시 맑은 파란색의 바다와 합쳐진다. 햇빛은 이 맑은 파란색을 쉽게 통과하는 듯했다. 깨끗한 아드리아 해를 바라보면 내 마음도 깨끗하게 씻겨지는 기분이다. 먼 바다에 나오면 바다 향기가 달라진다. 뭍에서 처럼 짠내기 나지 않고 깊은 바다의 향이 은은하게 난다. 마치 그 거대함을 뽐내듯이 매우 옅은 농도의 바다 향이 기분 좋게 코끝을 간지럽힌다.
아드리아 해를 건너 드디어 이탈리아 땅이 보인다. 함수에 가서 배에서 만난 일본인 친구 타쿠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멀리 새로운 영토가 보였다. 이탈리아다. 입항이 가까워지자 함수에 사람이 많아졌다. 타쿠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오랫동안 나눴는데 옆에서 우리 이야기를 듣던 캐나다에서 온 여자가 말을 걸었다. 타쿠가 캐나다에 살고 있다고 하니 반가워서 말을 걸었다고 했다. 선생님인 그녀는 방학을 맞아 휴가를 왔다며 반가워했다. 이태리 음식 이야기가 나오자 그녀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빨리 먹고 싶다며 말을 이었다. 어느새 바리의 땅과 건물들이 눈 앞에 펼쳐진다. 새로운 나라, 새로운 도시 그리고 맛있는 이태리 음식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