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브로브니크에서의 마지막 날
새벽에 일출을 보고 숙소에 와서 샤워를 한 후 점심때까지 부족한 잠을 잤다. 여행에서는 걷고, 보고, 먹고, 자는 아주 단순한 생활이 반복되는데 그래서 자유롭다. 생활이 단조로워지기 때문에 생각도 단순해진다. 무엇을 해야 하야 한다는 압박감은 없다. 그저 무엇을 먹을지, 어디에서 잘지, 어디로 갈지에 대한 즐거운 고민들 뿐이다.
점심도 먹고 둘째 날 관광을 위해 숙소를 나선다. 바닷가에 왔으니 해산물을 먹어야겠다. 그동안 내륙지방에서 육류를 많이 먹었던 탓에 해산물이 굉장히 그리웠다. 마침 해산물 요리가 맛있다는 맛집을 검색해둔 터라 가슴이 두근거린다. 나는 구시가지를 가로질러 항구 쪽으로 걸었다. 항구에는 바라다를 바라보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모습이 많았다. 함께 바다를 바라보는 연인들의 뒷모습이 아름다워서 카메라에 담았다.
근처 상점에는 아기자기한 마을, 두브로브니크를 담은 더 작은 기념품이 눈에 들어온다. 항구를 바라보며 앉을 수 있는 레스토랑에 앉아 모둠 해산물 요리를 주문했다. 이 레스토랑은 모든 음식이 검은색 냄비에 나온다고 한다.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뱃속을 비워두었기 때문에 나는 자신 있게 모둠 요리를 주문했다. 가격이 조금 부담스럽긴 했는데 이번 여행에서 처음 맛보는 제대로 된 해산물 요리이고 아침을 굶었으며 저녁을 간단하게 먹을 생각으로 내 마음을 진정시킨다. 맥주 주문도 빠질 수 없다. 시원한 맥주를 들이켜고 바다를 바라보며 푸짐하게 나온 해산물 요리로 나의 식욕을 마음껏 만족시킨다.
홍합, 새우, 멸치, 삼치, 고등어, 오징어가 냄비에 가득하다. 나는 접시에 해산물들을 하나씩 옮겨서 맛본다. 바다를 바라보며 항구에서 맛보는 해산물의 맛은 바다의 향을 담은 맛이다. 적당하게 간이 된 해산물과 맥주의 궁합 역시 좋다.
푸짐한 모둠 해산물 요리를 깨끗하게 비우고 나는 항구를 거닐었다. 바위 위에 앉아서 바다를 한참 동안 감상한다. 항구를 드나드는 작은 배들을 바라보고 배에 탄 관광객들도 바라본다. 나는 잠시 고민했던 보트 투어를 해보기 위해 티켓을 끊었다. 근처 섬이나 다른 작은 항구 마을로 가는 보트 투어가 많았다. 나는 근처 Cavtat 항구를 구경하는 보트에 올랐다. 다른 관광객들과 함께 보트에 올라 Cavtat로 향한다.
보트에는 오랜 시간을 바다와 함께 한 듯한 선장님과 그의 아들처럼 보이는 젊은 친구가 있었다. 선장님의 발바닥 굳은 살은 그가 바다와 그리고 이 보트와 오랜 시간을 함께 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40분 정도 바다를 가르며 달리는 와중에 선장님은 아들과 웃으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눈다. 그 모습이 정겹다. 날씨가 흐렸지만 파도는 높지 않았다.
Cavtat 항구에 도착해서 또 다른 작은 항구를 감상한다. 이곳에는 여러 나라에서 온 고급 요트들이 많았다. 각 요트에는 출발한 나라의 국기들이 있었는데 그 종류가 다양했다.
벤치에 앉아 있는데 어린 친구가 작은 모터보트를 타고 이쪽으로 왔다. 잠시 후 그 아이의 엄마가 피자를 들고 보트에 오른다. 아마 건너편 항구 또는 작은 섬에 사는 것 같은데 피자를 사기 위해 모터보트를 타고 온 것이다. 엄마를 태우러 아들이 온 모습이 정겨웠다. 아이는 피자를 맛볼 생각에 신이 나는지 함박웃음과 함께 항구 반대쪽으로 보트를 몰았다.
어느덧 해가 질 시간이 돼서 나는 다시 두브로브니크로 향하는 보트에 올랐다. 돌아가는 길에 멀리 보이는 석양을 보고 어두워진 두브로브니크의 항구를 감상하며 들어갔다. 환상적인 풍경을 선물해준 두브로브니크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며 숙소로 향했다.
밤하늘에 별이 쏟아질 듯 많았다. 고개를 위로 들어야 별이 보이는 게 아니었다. 고개를 옆으로만 돌려도 바다 위로 별들이 많았다. 마치 아드리아 해로 별들이 흘러내리는 것 같았다. 황홀했다. 카메라에 담을 수는 없지만 내 마음속에는 천천히 담을 수 있었다. 별들로 가득 찬 밤하늘을 바라보며 숙소로 돌아오는 길이 아름답다. 이 도시에서도 많은 선물을 받은 것 같아 가슴이 벅차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