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에서의 일출 감상
눈을 뜨니 사방이 조용하다. 시간은 새벽 4시 10분. 눈이 떠진 것에 감사하며 일어났다. 일찍 일어나기 위해 어젯밤 10시에 잠자리에 들어간 덕분이다. 오늘은 크로아티아에서 두브로브니크 스르지 산에서의 일출을 보기로 나와 약속한 날이다. 호스텔의 다른 친구들이 새벽에 깨지 않도록 조용히 옷을 입고 자기 전에 준비해두었던 준비물만 들고 바로 호스텔을 나선다.
밖은 아직 어둠이 짙게 깔려있다. 하지만 신선함이 밀려오는 새벽 공기가 한밤중이 아닌 아침으로 가는 길목의 분위기를 선사한다. 거리에는 차 몇 대가 종종 오가고 사람들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스르지 산에 오르는 길목에는 몇몇 사람들이 보인다. 스르지 산에 오르는 입구를 헤매지 않기 위해 어제 미리 지도를 잘 봐 둔 덕분에 여유 있게 걷는다. 낮에는 길을 잃어도 되지만 일출을 보기 위한 이 새벽에 길을 잃으면 해를 못 볼 수도 있다. 조용한 새벽의 기운과 분위기가 좋다. 정신은 또렷하고 맑다. 천천히 스르지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스르지 산은 해발 451m의 그리 높지 않은 산이다. 하지만 산 정상에 오르면 두브로브니크 구시가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아드리아 해의 진주라고 부르는 두브로브니크가 왜 바다 위의 진주인지 그 모습을 보게 된다. 케이블카로도 올라갈 수 있지만 나는 관광지에서 등산과 함께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선택을 했다. 스르지 산에 오르는 등산로는 지그재그로 되어 있어서 오르는 길에 점점 더 확대돼서 펼쳐지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어둠 속 조명과 함께 빛나는 도시의 모습을 보는 재미도 있다. 조용한 어둠을 빛이 소리를 내는 듯 밝히는 모습이 아름답다. 지그재그 형태의 등산로를 오르며 조금씩 그 모습을 더 드러내는 도시가 점점 밝아지기 시작한다. 산의 높이가 그리 높지 않지만 등산로 자체는 꽤 길다. 천천히 오른다고 하지만 숨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등산 초반에는 어두워서 휴대폰 조명을 켜고 등산로를 걸었다. 조금씩 밝아지자 정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정상에는 송신탑이 보인다. 그런데 산에 오르기 시작할 때부터 들리는 음악소리가 점점 크게 들린다. 나는 일찍 등산한 사람이 정상에서 음악을 틀어 놓은 줄 알았다. 그런데 점점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의구심이 든다. 음악이 주로 클럽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 장르이기 때문이다. 정상에 오르자 궁금증이 해소되었다. 신기하게도 어젯밤부터 이곳에서 있었던 듯한 파티가 이 시간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젊은 친구들은 피곤하지도 않은지 아직 열렬히 춤을 추고 있다. 일부 취한 사람들도 보이지만 여전히 음악에 몸을 맡긴 친구들이 많다.
마침 물도 가져오지 않았고 갈증이 심하게 났던 나는 한쪽 Bar에서 물을 사서 벌컥벌컥 들이켠다. 산이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물도 챙겨 오지 않았다. 얼굴에는 땀이 흐르고 나는 연신 물을 목구멍으로 넘긴다. 갈증이 해소되자 주변이 눈에 들어온다. 이제 곧 해가 뜰 시간이다. 하늘이 많이 밝아졌다. 일출을 미리 알리는 빛이 산란된다.
사실 스르지 산에서 해가 뜨는 동쪽은 먼 산 쪽이다. 바다에서 떠오르는 멋진 광경은 아니지만 이번 배낭여행 중 처음 보는, 해외에서 처음 맞이하는 일출이니 그걸로 만족한다. 멀리 떠오르는 크로아티아의 해를 보며 내 가슴을 채운다. 여러 가지 역할을 해내는 크로아티아의 해는 오늘도 힘차게 솟아올랐다. 그리고는 아드리아 해와 아드리아 해의 진주 두브로브니크를 비추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해의 역할에 감탄을 쏟아냈다. 두브로브니크는 해가 비춰야 그 아름다움을 세상에 알리는 것만 같다. 아드리아 해 역시 마찬가지다.
나는 스르지 산에서 아드리아 해의 진주를 가장 멋지게 감상할 수 있는 자리를 찾아 나선다. 사실 얼마 전 모 연예인이 와서 찍었던 자리가 마음에 쏙 들었다. 나는 그 자리를 찾기 위해 거의 한 시간 정도를 헤맸다. 봐 두었던 사진의 풀 모양, 바위 모양까지 맞춰가며 겨우 찾았다. 찾는 재미가 있어서 그런지 한 시간이나 지난 줄도 몰랐다. 그사이 조금 더 올라온 해가 더 밝게 빛나고 있다. 내가 찾은 명당에서 아드리아 해의 진주, 두브로브니크를 가슴에 담는다. 정말 아름답다. 어제도 그랬지만 아드리아 해와 붉은색 지붕, 그리고 파란 하늘이 끝내주는 조화를 이룬다.
나는 이 멋진 풍경을 감상하며 지금에 감사한다. 이렇게 길게 혼자 여행을 할 시간이 앞으로도 갖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더욱 감사한 마음이 생긴다. 지금-여기, 이 순간을 만끽하며 활짝 웃어본다. 그리고 이 그림같은 배경에 마치 건강하게 그을린 나를 담아본다.
산을 내려가는 길은 또다른 선물이었다. 천천히 내려가며 다시 이 아름다운 도시 감상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