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반년만에 만나는 옛 상사
퇴사 후 6개월이 지난 어느 날 오후, 오랜만에 전화벨이 울렸다.
"재천아, 잘 지내냐?"
"네, 부장님. 잘 지내고 있습니다.
연락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오늘 저녁에 뭐하냐. 저녁 먹자"
"네, 부장님. 저녁에 한가합니다."
○○○부장님을 만났다. 내가 직장생활 5년 차 때 인연을 맺은 분이다. 대리 1년 차 시절, 6개 부서 TFT 간사를 맡았었다. 당시 TFT 리더로 만난 분이다. 당시에는 팀 리더였다. 사실 TFT 간사는 과장급이 해야 하는 역할이었음에도 대리 1년 차인 내가 맡게 되어 영광이면서도 부담이었다. 하지만 팀장님 덕분에 내가 가진 역량을 펼치며 성과를 냈다. 당시 회장님께서 특별 지시한 클레임 제로화를 위한 TFT여서 어려운 임무와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겁게 일해서 정말 기억에 남는 직장생활 경험 중 하나이다. 나의 6년간의 포스코 직장생활에서 가장 재미있게 일한 기간이었다. 팀장님은 자율성을 부여하시면서 동시에 큰 그림을 잘 그려주셨다.
당시 나는 서울 근무를 희망하는 상태였다. TFT 업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팀장님 눈에도 들어서 서울사무소에서 일하길 원했다. 첫 회식 때 팀장님께서 내게 술 한 잔 더 하자고 제안했다. 맥주를 마시러 갔는데 집에 갈 때 맥주집 주인께서 포장된 어떤 것을 나에게 건넸다. 팀장님께서 사주신 회가 포장되어 있었다. 혼자 계신 어머니를 챙겨드리라고 직접 챙겨주신 것이었다. 나중에 해당 팀원에게 들으니 일본 주재원에서 돌아와 팀장 직책에 계신 동안, 2차 술자리는 가신적이 없다고 했다.
TFT는 약 6개월간 활동했는데, 팀장님과 함께 포항, 광양, 무주, 통영에서 workshop을 했고 전국으로 고객사 출장을 다녔다. 즐겁게 일하고 성과를 냈다. 목표를 달성해서 의미 있는 일을 해냈다. TFT가 해체된 후에도 팀장님께서는 나의 안부를 물어주셨다. 기회가 되는 대로 나와 함께 일하기 위해서, 나를 위해 정말 많은 힘을 써 주셨다. 하지만 여러 가지 상황에 의해 나는 내가 더 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던 서울행이 여러 번 좌절됐다.
결국 나는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퇴사를 결심했는데, 마지막까지 팀장님께서는 별도로 나의 송별회를 준비해주셨다. 내가 퇴사한 후 부장으로 승진하신 그분께서 반년만에 전화를 주셨다.
많은 리더를 만났고 대학원에서 리더십에 대해서 공부도 하고 있다. 내가 느낀 것 중에 아주 큰 부분은 '인간적인 매력'이었다. 많은 리더십 역량과 요소가 있겠지만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인간적인 매력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