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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의미공학자 Jun 18. 2016

나는 경청을 하는가, 말할 순서를 기다리는가

진정한 경청의 자세

"정보화 사회에서 콘셉트와 감성의 사회로"

세계적인 석학이자 미래학자인 다니엘 핑크가 그의 책 <새로운 미래가 온다>에서 말하는 현재의 변화이다. 그리고 미래의 모습이다. 하이터치는 공감을 이끌어내는 능력인데, 인간관계의 미묘한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 다시 말해 한 사람의 개성에서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요소를 도출해내는 능력, 평범한 일상에서 목표와 의미를 이끌어내는 능력이다. 피로사회 그리고 소외 사회인 요즘 더욱 절실하게 하이터치의 시대의 도래에 목마르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무엇이 삶을 풍요롭게 해줄지 함께 배워보자.



"나는 경청을 하는가,
말할 순서를 기다리는가"

공감을 이끌어내는 능력인 하이터치, 이중 관계에 가장 우선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소프트파워는 무엇일까? 공감을 이끌어내는 능력은 달리 말하면 인간관계의 미묘한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그리고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대화이고 이는 관계에 있어 가장 큰 영역에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대화가 소프트파워로써 자주 다뤄진다. 때문에 우선순위 첫 번째는 바로 경청이다. 사실 경청의 중요성을 우리는 이미 ‘말로는’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위의 질문에 뜨끔하다면 우리는 한 번쯤 나의 경청 자세를 돌아봐야 한다.



나의 말을, 나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 대화만 해도 고민이 해소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내가 상대에게 그렇게 해주면 상대도 그렇게 느낄 것이다. 이렇게 내가 충분히 직접 경험하는 것인데도 우리는 상대에게 그러지 못할 때가 많다. 나의 말할 순서만을 기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안에는 우리의 충동이 있다. 조언하고 싶고, 해결해주고 싶고 가르쳐주고 싶고 설명해주고 싶어 하는 충동이 생긴다. 진정한 경청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소크라테스는 절대 반박하려 들지 않았다. 상대방이 옳다고 믿고 그의 말을 조금 더 알아들을 수 있도록 주의 깊게 들으며 이해가 안 되는 점을 되물을 뿐이었다. 그게 소크라테스의 경청 기술이었다. 대화법을 중심으로 한 소프트파워의 주제 중에서, 그리고 그 안의 경청에 있어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실천사항을 정리해봤다.


첫째, 끝까지 들어야 한다.

나는 이 실천사항을 철칙으로 정하고 실천한다. 반드시 실천한다. 사실 앞으로 소개할 두 번째, 세 번째 실천사항 보다 실천하기 쉽다. “어떤 일이 있어도 상대의 말이 끝나기 전에는 말하지 않는다. 상대의 말이 끝나면 말을 시작한다.”라는 생각으로 경청의 자세를 지킨다. 이것은 정말 기본이다. 누군가가 말하고 있을 때 말을 끊으면 상대방의 기분은 어떨까? 기분이 상할 것이다. 공감해주고 이해해주고 수용해주기는커녕 존중받지 못한다는 기분까지 들 것이다. 우리 스스로는 모두 소중한 존재라고 인식하는 인간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기분이 상한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는 것은 경청의 첫걸음이다.


둘째, 있는 그대로 들어야 한다.

사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지침은 매우 심플하다. 판단하지 않는 것이다. 상대의 말에 대해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안의 ‘에고’는 판단을 좋아한다. 내가 가진 내용물과 구성물로 상대를 판단한다. 그리고선 상대를 규정하거나 나의 다음 말과 행동을 준비한다. 한 번 생각해보자. 판단하는 것은 누구의 것인가? 나의 것이다. 경청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상대를 위한 것이고 나아가 우리의 연결을 위한 것이다. 그런데 판단은 나만을 위한 것이다. 따라서 판단하지 않는 경청의 자세가 중요하다. 그런데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나는 많이 고민했다. 왜냐하면 나도 모르게 ‘에고’라는 친구가 올라오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나는 괜찮은 방법을 하나 얻었다. 내가 좋아하는 방법을 고민해서 얻은 선물이다. ‘있는 그대로’를 실천하게 만드는 주문이다. 마음속으로든 말로든 이렇게 반복해보는 것이다. “그렇구나.”, “그랬구나.” “그렇군요.”, “그러셨군요.” 아주 쉽게 누구든지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다.


셋째, 공감으로 들어야 한다.

사실 공감이라는 말 역시 경청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우리는 생각하고 중요하다고 말도 하지만 실제로는 실천이 부족하다. 공감(共感)이라는 말은 ‘함께 느끼다.’라는 뜻으로 구성된다. 우리는 공감이라는 말의 뜻은 알지만, 이를 실천하는 방법은 구체적으로 잘 모른다. 사실 구체적으로는 생각해보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 구체적인 방법을 나는 배우며 익히고 있다. 책 『비폭력 대화』에서 전하는 공감으로 듣기 위한 방법을 살펴보자. 공감을 위해 반응하고 말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번 주제인 경청의 측면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먼저 ‘상대의 느낌과 욕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상대방이 어땠을지 상대의 느낌과 욕구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 연습을 하면 적절한 시점에서 상대가 어땠을지 그 느낌과 욕구를 말할 수 있게 된다. 책에 소개된 다음의 사례를 보자.



남편 : 당신과 이야기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소? 당신은 내 말을 듣지 않는데

부인 : 당신, 나 때문에 불행해요?

마셜 : 부인께서 ‘나 때문에’라고 말하면, 남편의 느낌은 부인 때문에 생겼다는 뜻이 되죠. ‘당신은 나 때문에 불행해요?’라고 말하기보다 ‘당신은 ~(욕구)를 원하기 때문에 불만스러운가요?’라고 말하는 게 좋겠어요. 그러면 부인께서는 남편의 마음속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더 주의를 집중할 수 있게 되고, 뿐만 아니라 부인께서 남편의 말을 자기 탓으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적어지지요.

부인 : 그런데 그걸 어떻게 말로 하지요? 당신은 불행한가요? 왜냐하면 당신은.... 왜냐하면 당신은..., 그다음은 뭐죠?

마셜 : 남편이 한 말에 주의를 기울여 보세요. ‘당신과 이야기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소? 당신은 내 말을 듣지 않는데’라는 말에서 실마리를 얻으세요. 남편이 이렇게 말할 때, 남편이 원하지만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보세요.

부인 : (남편의 말에 표현된 욕구에 공감하려고 노력하면서) 당신은 내가 당신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불만스러운가요

마셜 : 남편이 원하는 것보다 남편의 생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에 유의하세요. 다른 사람이 당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보다는, 대신 그가 무엇을 원하고 있느냐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사람들이 덜 위협적으로 보일 겁니다. 당신이 남편의 말을 들어주지 않아서 그가 불만을 느낀다고 생각하기보다 남편에게 ‘당신은 ~(욕구)을 원하지만 그것을 얻지 못해서 불만을 느끼나요?’라고 말해보세요. 그렇게 해서 남편의 욕구에 초점을 맞춰보세요.

부인 : (다시 시도하면서) 당신은 이해받기를 원하는데 그게 안 돼서 불만을 느끼나요?

마셜 : 그게 제가 생각했던 것입니다. 남편의 말을 이렇게 들으니 뭔가 다르세요?

부인 : 분명히 큰 차이가 있네요. 내가 무언가를 잘못했다는 소리로 들리지 않고, 그 대신 남편의 마음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네요.




또 한 가지 공감으로 듣는 방법은 ‘공감을 지속하기’이다. 공감을 지속하라는 것은 무슨 말일까? 『비폭력 대화』의 저자 마셜 B. 로젠버그 박사는 이것은 상대에게 충분히 자신을 표현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상대방의 느낌과 욕구가 우리의 진정한 관심이라는 점을 전달하기 위해서 충분히 시간을 갖고 들어주라는 말이다. 다시 말해 상대의 부탁으로 옮겨가기 전에 지속해서 상대의 느낌과 욕구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해주면 좋겠어?”가 대표적이다. 상대를 돕기 위해서, 상대의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한 우리의 충동은 너무 이르다. 이러한 충동은 결국 나의 말할 차례를 기다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 욕심을 바라보고, 알아채고, 조절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공감을 지속하는 과정에서 상대는 아직 표현하지 않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더 편안하게 나타낼 것이다. 결국 이 역시 소프트파워의 핵심인 인간애로 가는 귀한 실천이다.


공감은 세 가지 실천사항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 사실 나는 실천사항이라고 표현했지만 마셜 B. 로젠버그 박사는 이를 우리가 이미 갖고 있는 능력으로 본다. 그의 말을 읽어보면 분명 용기가 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우리가 공감으로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주기 위해서 심리 이론이나 심리 치료를 위한 특별한 훈련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마음속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것에 함께 있어줄 수 있는 능력이다. "
- 마셜 B. 로젠버그 -


감수성 훈련의 대가 유동수 씨의 일침 역시 우리의 경청 자세를 뒤돌아보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주장이나 생각을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해서 그의 생각이나 행동을 바꾸려 한다. 이 때문에 겉으로는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아도 실제 마음속으로는 어떻게 하면 멋있게 반박할 수 있을까? 하고 궁리하고 있는 것이다.”
- <감수성 훈련> 유동수 저자


그리고 인간 중심의 심리학을 개척한 칼 로저스의 공감의 효과에 대한 묘사는 우리가 공감의 힘을 믿고 계속해서 소프트파워를 실천할 힘을 내게 한다.


“어떤 사람이 나를 판단하지 않고, 나를 책임지려 하거나 나에게 영향을 미치려 하지 않으면서... 내 말에 진지하게 귀 기울여 들어줄 때는 정말 기분이 좋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듣고 나를 이해해주면, 나는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다시 보게 되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누군가가 진정으로 들어주면 암담해 보이던 일도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던 일도 누군가가 잘 들어주면 마치 맑은 시냇물이 흐르듯 풀리곤 한다.”   

 - 칼 로저스의 공감의 효과에 대한 묘사 중에서 -



* 이미지 출처: goog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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