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만난 소소함
드레스덴에서는 두 명의 친구를 만났다. 치나라는 친구는 정말 삶을 즐기는 친구였다. 드레스덴에서 쏟아진 소나기가 지나가고 나는 아우구스트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강을 건너기 전에서 시원한 강변을 걷다가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흥겹게 몸을 흔드는 친구를 봤다. 그 친구는 혼자였는데 인도인처럼 보였다. 음악에 취해, 비온 뒤 시원함에 취해 무척 행복해보였다. 그의 한 손에는 맥주병이 들려 있었다. 언뜻 보면 술이 취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는데 다시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나는 그 친구에게 눈을 마주치며 엄지를 치켜 올려줬다. 그 친구는 맥주병을 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무언의 ‘Cheers’ 화답을 듣고 다리 위를 걸었다.
다리 중간에 서서 잠시 풍경을 감상한다. 소나가기가 지나간 뒤라 시원한 바람이 불어 기분이 좋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니 그 친구가 내 옆에 있다. 나는 피하지 않았다. 사실 술에 취한 듯 보여 피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나는 말을 건넸다. 음악을 좋아하냐고 묻자 그는 자신의 이어폰 한쪽을 내 귀에 꽂았다. 아주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왔다. 잠시 후 그는 방랑객처럼 떠났다.
다시 걷다가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피해서 한 건물 지붕 밑에 섰다. 멀리서 그가 걸어온다. 여전히 흥겨운 음악에 취해 몸을 흔들지만 조금씩 거세지는 빗줄기에 그 역시 이쪽으로 온다. 나는 그에게 몇 마디 더 건넸다. 그는 팔뚝에 ‘CHINA’라고 새긴 타투를 가리키며 자신의 이름을 ‘치나’라고 했다. 차이나가 아닌 치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도에서 왔고 여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잠깐 나눈 대화에서 그의 삶의 고뇌가 느껴졌다. 하지만 맥주 한병에 그리고 흥겨운 음악에 삶을 진정으로 즐기는 모습이 그의 고뇌를 행복으로 승화시키는 듯 했다. 내가 인도영화 'Three Idiot'를 두 번이나 봤다고 하니 치나가 한참을 웃는다. 그 영화가 다시 생각난 모양이다.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다시 나는 나의 갈 길을 갔다. 멀어지는 치나가 다시 엄지 손가락을 치켜 올린다. 나는 마지막으로 화답했다. 그리고 감사했다. 진정으로 삶을 즐기는 그대를 통해 배운 것을. 방랑객처럼 떠나고 멀어지는 그를 보며 나는 배운다. 삶을 즐기는 그대 모습으로부터 있는 그대로의 삶을 즐기겠노라고. 마침 나의 이어폰에는 내가 좋아하는 Mads Langer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기분이 좋았다.
다른 한 명의 친구는 유스호스텔에서 만났다. 둘째 날 아침에 나는 늦잠을 자고 있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는데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다시 들리는 문 두드리는 소리에 잠을 깨고 나는 문을 열었다. 50대 중반의 한 남자가 투덜대며 방 안으로 들어왔다.
“여기는 혼자 쓰는 방이 아니다.”
“당신은 이 방을 언제 예약했나?”
나는 어제부터 머물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는 fuck이라고 혼잣말을 했다. 무언가 잘못되서 심기가 불편한 것 같았다. 잠시 진정이 되는 듯해서 나는 내 소개를 하고 그의 이름을 물었다. 그의 이름은 Mario이고 아르헨티아 국적인데 이탈리아에서 일한다고 했다. 출장으로 이곳에 왔는데 몸이 좋지 않아 머무르게 됐다고 그는 말했다. 그런데 숙소에서 처리를 원활하게 해주지 않아 화가 났다고 했다. 다시 마음이 가라 앉은 그는 이야기를 더 했다. 나는 천천히 들어주었다.
그는 모토롤라에서 일을 했었고 지금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 출장을 마지막으로 그는 일을 그만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에게 말했다. 좋은 회사에서 돈을 많이 번다고 좋은 게 아니라고 했다. 그는 지쳐보였다. 나는 계속 들었다. 그는 자신의 전 부인 이야기를 잠시 꺼내며 아까 들었던 욕설을 섞었다. 그러나 다시 자신의 딸 이야기를 하며 표정이 밝아졌다. 그는 열심히 돈을 벌었는데 전 부인과 관계가 좋아 않아 후회스럽다고 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아이들은 정말 인생의 큰 축복이라고 했다. 딸이야기를 하며 표정이 밝아지는 그의 모습이 정겹다. 그의 딸은 결혼해서 곧 아기를 낳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곧 할아버지가 된다며 기뻐했다. 그의 나이는 54세였지만 나와 친구처럼 대화했다.
그는 일을 그만두고 이탈리아의 북쪽 마을에 가서 유기농작물 재배를 하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머릿속으로 그 그림을 그리며 그는 흐뭇해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물으려다가 나는 그만뒀다. 그의 모습이 행복해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가만히 미소지어주었다.
내가 드레스덴으로 떠나는 날 나는 그와 작별했다. 나는 마리오에게 당부했다.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보라고 했다. 사실 그의 증상은 기흉으로 보였다. 숨 쉬는 일이 다소 힘들어보였고 말하는 증상이 기흉의 증상이었다. 그의 건강을 진심으로 기원하며 나는 그에게 인사했다. 그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세우며 나에게 악수를 청했다.
드레스덴에서 만난 두 명의 친구 덕분에 나는 또 배운다. 그들도 각자의 방식대로 각자의 삶을 즐긴다. 있는 그대로 삶을 바라보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기쁨을 누린다. 그리고 그 기쁨을 누군가와 나누면 커진다. 내가 이렇게 그 나눔을 받고 지금 기쁘게 글을 쓰고 있는 것처럼. 여행을 계속 이어가야겠다. 드레스덴을 떠난다.